대법원이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사용을 제한하지 않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자 의학자들이 크게 반발하며 이에 대한 후속 조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판결이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처럼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하며 면허제도 확립을 위한 입법적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대한의학회와 대한내과학회 등 193개 산하학회들은 6일 공동 성명을 내고 대법원 판단의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대법원은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의 상고심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한 바 있다.
한의사가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해도 된다는 취지는 아니라면서도 한의사도 교육 과정 속에서 이를 학습하고 있으며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배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해석의 골자다.
이에 대해 이들 학회들은 "초음파 기기는 해부학적 구조의 이해를 바탕으로 병리적 변화를 파악하는 의학적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며 "이번 판결은 이러한 전문 의료행위에 대한 이해와 중요성을 모르고 내린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고도의 전문성과 숙련을 필요로 하는 의료행위인 초음파를 충분한 교육과 경험이 없는 직군에게 허용하는 것은 위해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학회들은 "의료역영에서조차 이미 수십년전부터 이를 전문으로 수련하는 영상의학과 전문의나 의대에서 해부학과 병리학, 나아가 영상의학과 이론과 실습을 충분히 거친 검증된 의사들만이 초음파 검사를 수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은 한의사들이 초음파 진단기기를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고 했지만 기기에 미숙한 사용자가 이를 이용해 부정확한 진단을 내리면 이야 말로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속담처럼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초음파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대법원의 해석은 인정한다 해도 이에 대한 활용이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위한 절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판결은 전문 의료행위에 대한 이해와 중요성을 모르고 내린 결정이라는 비판이다.
학회들은 "대법원의 판결문에 따라 추후 한의사들의 미숙한 초음파 기기를 사용하며 잘못된 진단으로 국민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는다면 이는 누가 책임을 질 수 있을 것인가"라며 "또한 이에 따른 국민건강보험과 국민들의 비용 부담은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에따라 대한의학회와 산하 193개 회원학회와 함께 대법원 판단의 오류를 바로 잡고 국민 건강에 끼칠 피해를 막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국회와 관련 부처는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에 대한 경계를 명확히 하고 면허범위 또한 명확히 하는 입법적 절차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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