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로 채택된 '간병비' 급여화. 건강보험공단은 관련 조직을 만들고 제도 이행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6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새해 직제개편을 통해 간병비 급여화 업무 수행을 위한 전담조직인 '요양병원 간병 급여추진부'를 보건의료자원실 산하에 신설했다.
건보공단은 간병비 급여화가 현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으로 내건 만큼 전담 부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건복지부에 전달해왔다. 간병비 급여화가 국정과제로 채택된 만큼 전담부서 신설도 실현된 것.
건보공단 관계자는 "간병서비스 급여화는 간병 부담 완화 및 간병서비스 질 향상 측면에서 필요하다"라며 "요양병원은 간병 비율이 상당히 높아 비용 부담 완화와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급여화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성급한 요양병원 간병 급여화는 요양병원의 쏠림 현상, 사회적 입원 심화 등 문제 발생 우려가 높다"라며 재원 확보 및 간병인 자격 서비스 질 제고 방안 등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사실 간병에 대한 국가책임 요구는 하루이틀 문제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3대 비급여 개선에 간병비가 들어가 있었고, 문재인 정부가 내건 국가치매책임제에서도 간병 문제는 주요 해결 과제였다. 이런 정부 노력에도 대통령 선가 공약에 다시 등장할 정도로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
건보공단은 전담부서 조직 전부터 간병비 급여화에 대해 과거 연구 결과를 검토하고 실태 파악을 해 왔다. 실제 건보공단 자체 싱크탱크인 건강보험연구원은 요양병원 유형별 특성분석과 간병비 급여화를 위한 정책 제언을 담은 연구 보고서를 작성, 최근 공개하기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1481개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간병인은 총 4만명 정도다. 간병인은 50~60대, 여성이 많았고 외국인 비율도 30% 이상을 차지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일부 요양병원 입원환자 보호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통해 요양병원 입원환자가 간병비로 지출하는 비용을 확인했더니 절반 이상이(55%) 한 달에 25만~75만원을 쓰고 있었다. 30%는 75만원 이상이라고 답했다.
연구진은 연간 15만3870~23만9099명이 간병서비스 급여 대상자 범위에 있다고 추계했다. 이를 노인 환자, 입원기간 180일 이하인 환자로 제한하면 최소 4만3039명까지 축소됐다. 요양병원 입원이 적절한 환자는 ▲병의원급 입원환자 중 장기입원환자(180일 이상 입원) ▲현 요양병원 입원 환자 중 의료적 필요도가 높은 환자 ▲요양시설 입소자 중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자(장기요양등급 1, 2등급)로 정의했다. 이에따라 필요 간병인수는 최소 3만4431명에서 최대 18만4644명까지 필요하다고 했다.
연구진은 "추정 필요인력은 현재 요양병원에서 활동하는 간병인 수의 3~5배에 해당하는 규모"라며 "현재 요양병원 활동 간병인수보다 약 8만명에서 14만명이 더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연구진은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를 위해서는 요양병원의 역할과 기능 정립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현 상황에서 요양병원 간병비 부담이 낮아지면 장기요양시설, 재가이용자뿐만 아니라 병의원 장기 입원환자도 요양병원 입원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실제 현 상황에서 무턱대고 급여화부터 하면 장기요양보험제도 등 다른 제도를 흔들 정도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재활의료기관 지정운영제도, 호스피스 시범사업, 치매안심병원 등을 활용해 제도적으로 요양병원이 기능을 전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 제도 도입 초기에는 간병비 급여제도로 가시적 효과가 분명히 나타날 환자군인 '재활서비스'가 필요한 환자에 우선 적용을 제안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간병비 급여화는 건강보험 재정과도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당장 모든 요양병원으로 확대하는 등의 급진적인 정책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재정이 뒷받침 돼야 하니 단계적으로 시범사업 등을 통해 점차 확대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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