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네페질 성분의 혈관성 치매 적응증, 아세틸엘카르니틴의 일차적 퇴행성 질환 적응증 삭제에 이어 옥시라세탐도 임상재평가 실패하면서 경도 인지 장애 환자를 치료할 옵션이 바닥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콜린알포세레이트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되는 해외 실정을 볼 때 국내에서의 보험 인정도 한시적일 수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치료제 수요가 단기적으로는 콜린알포세레이트에 쏠리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적절한 치료 옵션이 적어졌다는 점에서 신약의 등장 등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6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옥시라세탐이 '혈관성 인지 장애 증상 개선'에 대한 효과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의약품 정보 서한을 배포했다.
앞서 '옥시라세탐' 생산 업체는 제제의 효능인 '혈관성 인지 장애 증상 개선'에 대해 실시한 임상시험 결과를 제출했으나 식약처는 자체 평가를 토대로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식약처는 옥시라세탐 처방 및 조제 중지 요청과 함께 '혈관성 인지 장애' 환자에게 대체의약품을 사용하도록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이미 해당 성분 제제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에게도 의·약사와 상의할 것을 당부했다.
당장 처방과 조제가 중단됐지만 문제는 대체 약제가 한정적이라는 것. 임상 재평가를 거쳐 2019년 도네페질과 아세틸엘카르니틴 성분도 관련 적응증이 삭제되면서 임상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카드가 콜린알포세레이트로 한정된 상황이다.
양동원 치매학회 이사장은 "해당 약제들은 치매 보조 치료제로 들어온 약제들이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아주 크지는 않다"며 "다만 치료 옵션으로 쓸 수 있는 것과 아예 쓸 수 없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도네페질부터 옥시라세탐까지 총 세 성분이 치료 옵션에서 빠지게 되면 경도 인지 장애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성분은 콜린알포세레이트 하나밖에 남지 않는다"며 "처방에 대한 반사이익이 콜린알포세레에트에 집중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인지 장애나 치매와 같이 획기적인 신약이 개발되지 않은 실정을 감안하면 일부의 효과만이라도 인정될 경우 폭넓게 사용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이 그간 의학계의 입장이었다.
도네페질과 아세틸엘카르니틴의 적응증 삭제 이후 콜린알포세레이트 연간 처방액이 작년 기준 5000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덩치를 키운 것은 그만큼 수요를 대체할 옵션이 없다는 반증.
양동원 이사장은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이유로 엄격한 임상 재평가를 진행한 그 당위성은 인정한다"며 "하지만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처방액 증가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이번 옥시라세탐 적응증 삭제가 건보재정에 실익을 가져다 줄 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옥시라세탐의 수요가 콜린알포세레이트나 건강기능식품 구매 쪽으로 몰릴 수 있다"며 "현재 평가가 진행중인 콜린알포세레이트마저 적응증이 삭제되는 최악의 상황 및 다양한 인지 개선 약제들이 건기식으로 전환돼 판매되는 상황을 가정하면 결국 약국 시장이 커지고 환자들의 부담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환자들마다 본인에게 적합한 약제들이 있기 때문에 한 약제만을 정답처럼 정해두고 쓰기도 어렵다"며 "본인의 경우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우선하고 이후 아세틸엘카르니틴, 옥시라세탐의 순으로 처방하지만 환자들의 성향, 부작용 상황에 따라 순서가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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