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의 위력이 시들해지는 모습이다. 주춤했던 개원시장도 기지개를 켜는 분위기다. 진료과별로 차이가 있지만 개원보다 폐업이 더 많았던 어두운 터널을 지나 지난해는 미뤄뒀던 의원급 개원이 활기차게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요양병원은 코로나19 늪을 아직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2년 연속 개원 보다 폐업을 선택하는 곳이 더 많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
메디칼타임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최근 6년간(2017~22년)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 자료를 분석했다.
지난해 의료기관은 2257곳이 개원했고 1223곳이 문을 닫았다. 특히 동네의원은 2078곳이 새롭게 문을 열었는데 2017년 이후 처음으로 2000곳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이후 주춤했던 개원 분위기가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2021년 8곳에 개원에 불과했던 종합병원도 지난해 12곳이 문을 열었고, 병원도 지난해 90곳이 개원하면서 전년 보다 4곳 더 늘었다. 물론 폐업을 선택한 곳도 있었지만 신규 개원 숫자 보다 많지 않았다. 병원 개원 숫자도 해마다 100곳은 거뜬히 넘어왔지만 2021년 이후로는 100곳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어 코로나19 파도에서 벗어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요양병원의 상황은 더 암울하다. 새롭게 문 연 곳보다 문을 닫은 기관 숫자가 더 많은 역전 현상이 2년 연속 일어난 것. 지난해 요양병원은 65곳이 문을 열었는데, 94곳이 폐업을 선택했다. 이는 2021년에 이어 2년 연속 나타난 일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이어지고 있던 2021년에도 63곳의 요양병원이 문을 열었고, 이보다 많은 73곳이 문을 닫았다.
대한요양병원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유행으로 환자 수가 줄었지만 감염예방관리료 등의 수가가 신설되고 환자들이 격리되면서 일정 부분 보전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너무 힘들다"라며 "일주일에 4~5곳씩 폐업했다는 소식을 듣는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요양병원은 현실을 못 견디고 문을 닫고 일부는 요양병원 규제책이 워낙 많으니 그냥 일반 병원으로 전환하기도 한다"라며 "차라리 규제가 덜한 한방병원으로 전환하는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경상도 지역 한 요양병원 원장도 "전반적으로 너무 힘들다. 생존경쟁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고 보자는 분위기"라고 운을 떼며 "지난해는 두 달 동안 재택치료에 매진했더니 적자를 면할 수 있었다. 사실 요양병원이 재택치료를 할 일은 아니지 않나"라고 털어놨다.
통증 개원 러시…신경외과 나홀로 개원 줄고 폐업 증가
개원 시장도 최근 5년 사이 지난해 가장 많은 숫자의 개원이 이뤄졌지만 진료과별로 희비가 갈렸다. 우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직격타를 맞고 기피과로 꼽히고 있는 소아청소년과 상황은 어떨까.
2년 연속 개·폐업 역전현상을 보였던 소청과 의원은 폐업이 줄면서 개원이 더 많은 상황이 다시 됐지만, 여전히 신규 개원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새롭게 문을 연 소청과 의원은 87곳으로 전년도 93곳 보다 더 줄었다. 문을 닫은 기관 숫자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2년 내내 100곳이 훌쩍 넘는 소청과 의원이 문을 닫으면서 소청과 위기론에 영향을 끼쳤는데, 지난해는 절반으로 뚝 떨어진 57곳만 문을 닫았다.
코로나19 영향을 소청과 다음으로 받았던 이비인후과 개원가도 신규 개원이 76곳에서 93곳으로 늘었다. 반면 폐업 숫자는 74곳에서 44곳으로 대폭 줄었다.
인구 고령화 등의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통증' 치료가 주목을 받자 여기에 특화된 진료과인 정형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재활의학과 의원의 개원이 두드러졌다. 폐업 기관은 예년 수준이면서 개원이 늘었다는 소리다.
정형외과 의원은 코로나가 대유행하던 2020년 140곳으로 전년 보다 5곳 개원이 줄었지만 이후에는 꾸준히 늘어 지난해는 200곳을 돌파, 202곳이 문을 열었다. 일반의 개원 의원(673곳), 내과 개원(287곳)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반면 폐업하는 정형외과는 62곳으로 전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마취통증의학과와 재활의학과 개원 증가세도 다른 진료과보다 큰 편이다. 지난해 마취통증의학과 의원은 98곳이 개원했는데 전년도 75곳 보다 23곳 늘었다. 반면 폐업 기관은 33곳에서 42곳으로 9곳만 증가했다. 재활의학과 역시 지난해 44곳이 문을 열었는데 전년 보다 15곳 증가했고, 폐업 기관은 12곳에 21곳으로 9곳 늘어나는데 그쳤다.
그러나 통증과 관련성이 높은 '신경외과' 의원은 개원이 줄고, 폐업이 늘어나는 현상을 보였다. 지난해 신규 개원은 38곳으로 전년 보다 오히려 3곳 감소했다. 폐업 기관은 22곳이었는데 11곳 늘어난 숫자다. 특히 폐업 기관 숫자는 최근 6년 사이 가장 많기도 하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 임원은 "의원급으로 개원 하면 통증 환자를 주로 보게 되는데 통증 영역은 이미 경쟁이 치열하다"라며 "정형외과뿐만 아니라 재활의학과에 마위통증의학과, 일반의에다 한의원까지 통증 치료를 하고 있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통증은 척추뿐만 아니라 신체 여러 곳에서 발생하는 것인데 신경외과는 주로 척추 치료에 집중 돼 있다"라며 "극심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은 셈이다. 그렇다 보니 봉직의를 선택하거나 개원을 하더라도 병원급을 준비하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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