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국, 소청과 의원 103곳 문 열고 154곳 문 닫아 이비인후과 폐업도 66곳...전년 대비 1.5배 늘어 5년새 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영 악화 직격탄을 맞은 개원가, 그중에서도 저출산 상황에까지 직면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개원보다 폐업이 앞서는 역전 현상까지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을 선택한 의원은 1149곳으로 전년도인 2019년 1046곳 보다 103곳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규 개원은 1819곳에서 1773곳으로 46곳 감소했다.
진료과목별로 살펴보면 폐업 기관 숫자가 개원 보다 더 많은 역전현상이 벌어지는 곳이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진료과 단연 소아청소년과. 각종 통계에서도 소청과는 저출산에다 코로나19 영향이 더해져 매출이 폭락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개폐업 현황 통계도 마찬가지였다. 소청과 의원은 지난해 103곳이 개원, 154곳에 폐업하면서 폐업 의원 숫자가 신규를 앞섰다. 역전현상은 최근 5년 사이 처음이다. 폐업 기관 숫자는 2019년 98곳 보다 1.5배 이상 늘어난 수치이면서 5년 새 최다를 기록했다.
개원과 폐업의 역전현상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1분기 기준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32곳이 개원하고 41곳이 폐업했다.
가정의학과 의원 역시 지난해 28곳이 문을 열고 이보다 더 많은 30곳이 문을 닫았다. 폐업 기관 숫자는 20~30곳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개원 숫자가 눈에 띄게 줄면서 역전현상이 발생한 것. 가정의학과 의원은 2019년 35곳이 개원했다면 지난해는 28곳이 개원하는데 그쳤다.
코로나19 영향을 직격으로 받은 또 다른 하나의 진료과로 꼽히는 이비인후과 의원 폐업도 두드러졌다.
지난해 이비인후과 의원은 66곳이 문을 닫았는데, 역시 전년도 44곳 보다 1.5배 늘어난 수치다. 올해 1분기 기준 19곳이 문 닫았는데, 이를 1년으로 단순 계산하면 66곳보다도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코로나19 발생 후 소청과와 이비인후과를 방문하는 환자 숫자도 줄었다. 심평원의 '2020년 3분기 진료비 주요통계(심사결정분)'를 보면 소청과 하루 평균 환자 숫자는 40.6명으로 전년도 동기 보다 44.9%나 줄었다. 소청과 보다 덜하지만 이비인후과를 찾는 하루 평균 환자 수가 57.2명으로 29.8% 감소했다.
환자 수가 줄어든 만큼 진료비 매출도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소청과 한 곳당 진료비는 1738만원으로 전년도 3분기 보다 39.9%나 폭락했다. 이비인후과 의원 역시 3528만원을 기록했는데, 전년 동기보다 19.5% 줄어든 비용이다.
서울 M소청과 원장은 "순수익이 30% 이상 줄었다. 폐업을 하지 않고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있다"라며 "진찰료 수가를 현실화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3분 진료를 하면서 박리다매식으로 하루 100명 가까이 환자를 보며 운영하는 기형적인 시스템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왔다"라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는 폐업이 늘고 있는 개원가의 현실을 수가협상에서 적극 얘기할 예정이다. 실제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최근 열린 건보공단-공급자단체장 간담회에서 개원보다 폐업이 더 많은 현실의 문제점을 토로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일부 진료과목은 지난해 폐업 숫자가 과거 20년간 평균치의 30배 가까이 치솟는 등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한 상태"라며 "의료기관 폐업은 그 기관 종사자의 어려움을 넘어 국민건강과 보건의 중대한 위협 요소가 된다. 이는 노동력 저하에 이어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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