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스타틴이 총 사망률(all-cause mortality) 저하에 기여하는지 여부를 두고 의학계의 검증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 스타틴은 총 사망률 저하에 효과를 보인 반면 다른 연구에선 별반 차이가 없는 등 일관된 경향성을 나타내지 않은 것.
최근 메타분석에서도 총 사망률에 미치는 절대적인 이득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환자 개인별 중증도 상황, 합병증 여부, 팬데믹 유행 시기 등이 '노이즈'로 작용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해석에 신중을 당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추는 스타틴은 여러 무작위대조시험을 통해 심혈관 질환에 대한 일차 및 이차 예방 효과를 입증, 이상지질혈증을 포함한 심혈관 위험인자 관리를 위한 주요 약제로 지침에 반영된 바 있다.
문제는 스타틴이 환자의 건강 결과에 다양한 경로로 영향을 줄 수 있어 심혈관 질환뿐만 아니라 암, 감염병, 신경변성 질환, 자가면역 질환 등을 대상으로 스타틴의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연구들이 진행됐으나 아직 총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이 규명되지 않았다는 점.
스타틴 치료가 심혈관 위험성 저감 및 심혈관으로 인한 사망 위험 저감에 효과를 보이는 것은 맞지만, 모든 원인 사망률 위험에 미치는 영향은 2차 결과 또는 1차 복합 결과의 구성요소로 평가돼 독립적인 효과 규명에 제한이 따른다.
실제로 관상상동맥 질환이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심바스타틴 20mg을 투약한 4S 임상은 중앙값 5.4년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위약군 대비 총 사망률을 30% 감소시킨 반면 심혈관 위험이 중등도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로수바스타틴 10mg의 효과를 평가한 HOPE-3 임상은 중앙값 5.6년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위약군 대비 총 사망률에서 차이가 없었다.
작년 국제학술지 JAMA에 공개된 메타분석 역시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해당 연구는 스타틴 치료가 총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1000명이 넘는 성인을 대상으로 스타틴이 총 사망률과 심혈관 결과에 미치는 효능을 평가한 21개의 무작위대조시험을 분석했다.
메타회귀분석에선 스타틴에 의한 혈중 LDL-C의 감소 정도가 총 사망률, 심근경색증 및 뇌졸중의 발생 위험에 대한 스타틴의 치료 효과 크기와 관련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배재현 고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이달 1일 내과학회지에 발표한 '스타틴이 총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통해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doi.org/10.3904/kjm.2023.98.1.4).
배 교수는 "최근 스타틴 치료가 총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분명하게 평가하기 위한 무작위대조시험의 체계적 문헌 고찰 및 메타분석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며 "해당 연구진은 스타틴 치료가 총 사망률을 포함한 개별 임상 결과에 미치는 절대적인 이득은 미미하며, 스타틴의 치료 효과와 혈중 LDL-C 농도 감소의 연관성 역시 확실하지 않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연구는 주로 복합 결과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의 메타분석 연구들과 달리 총 사망률을 심근경색증 및 뇌졸중과 함께 개별적인 결과로 구분해, 스타틴이 각각에 미치는 효과를 절대위험도 감소(ARR)와 상대위험 감소(RRR)로 나눠 살폈다"며 "연구들 간 특성의 차이가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각 연구의 추적 관찰 기간과 대조군의 사건 발생률을 보정해 메타회귀분석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임상 연구나 이를 이용한 메타분석 연구는 일반적으로 ARR과 RRR을 이용해 중재의 효과를 평가한다"며 "RRR은 치료군과 대조군 간 사건 발생률의 차이를 대조군의 사건 발생률로 나눈 값으로, 임상 시험에서 자주 사용되는 척도이지만 사건 발생률이 낮은 경우 실제보다 치료 효과의 크기를 과장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ARR은 치료군과 대조군 간 사건 발생률의 절대적인 차이를 나타내는 값으로, 치료 효과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만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ARR 대신 최소 치료 환자 수(number needed to treat, NNT)를 평가에 이용하기도 한다.
NNT는 ARR의 역수로,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치료해야 하는 환자의 수를 의미한다. 앞선 메타분석 연구에서 총 사망률에 대한 스타틴의 NNT는 125명이었지만 ARR이나 NNT는 고정된 값이 아니며, 환자가 가지고 있는 질병 위험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적용 시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제안.
배 교수는 "임상 연구에서 총 사망률이 중재의 효과를 평가하는 데 적절한 지표인가에 대해서는 다소 논란이 여지가 있다"며 "모든 질병 치료의 목표는 환자의 사망률을 줄이는 것이고 총 사망률은 보통 원인별 사망률에 비해 민감도나 특이도가 낮기 때문에, 총 사망률에만 의존해 중재의 유용성을 평가하는 경우 특정 원인이나 질환에 대한 치료 효과를 잘못 판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총 사망률에 대한 스타틴의 치료 효과는 크게 심혈관 질환에 의한 것과 비심혈관 질환에 의한 것으로 나눌 수 있다"며 "만약 대상 집단이 죽상경화성 심혈관 질환의 고위험군이라면 스타틴 치료 시 이로 인한 심혈관 이득이 커지므로, 이들의 총 사망률의 감소는 상당 부분 심혈관 사망률의 감소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 참여자가 심혈관 질환과 함께 암이나 코로나19 등 다른 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면, 심혈관 질환과는 별개로 이 질환들에 대한 스타틴의 효과가 환자의 총 사망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총 사망률에 대한 스타틴의 효과와 이에 대한 해석은 합병증 여부, 평가 시기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배 교수는 "스타틴 치료의 효과를 조기 사망률로 평가하는 경우 우연히 발생한 사건을 과도하게 해석할 수 있고, 장기 사망률로 평가하는 경우 다른 위험인자들의 영향을 치료 효과로 오인할 수 있다"며 "개별 연구에서 확인된 총 사망률에 대한 스타틴의 효과를 다른 집단으로 확장하거나 일반화하는 것은 외적 타당도의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근거중심의학의 관점에서 메타분석의 결과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환자의 개별 위험도에 따른 위험과 편익을 고려해 절대, 상대적 효과를 각각 따져 봐야 한다"며 "총 사망률에 대한 스타틴의 효과를 보다 분명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향후 다양한 집단들을 대상으로 총 사망률을 일차 연구 종말점으로 설정한 임상 연구들이 수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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