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로 부의되면서 대한의사협회가 사태 해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내부에서 이번 집행부의 사퇴를 요구하는 책임론이 불어지고 있어 불길을 진화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보건복지의료연대 비공개 회의에 이어 11일 시도의사회 회장단 회의, 12일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회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전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간호법·의사면허법이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로 직회부된 것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민주당이 관련 법안을 당론으로 미는 상황에서 169석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한 만큼, 본회의서 표결에 붙이면 관련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범의료계 우려다.
다만 국회법에 따라 본회의 직회부 요구일로부터 30일 동안 여야 원내대표 합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범의료계는 이를 마지막 승부처로 삼는 모습이다.
마라톤 회의를 앞두고 대한의사협회 내부에선 균열이 감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 집행부 사퇴를 요구하는 등 탄핵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현 집행부는 소통과 협상을 모토로 삼으면서도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정치권에 휘둘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의협 박명하 부회장이 이날 사퇴의사를 표명하고 서울특별시의사회 회장으로서 투쟁에 전념하겠다고 밝히는 등, 향후 중도 이탈하는 임원이 늘어날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책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임시대의원총회와 관련해서도 개최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무의미하다는 목소리도 공존하는 상황이다. 찬성 측은 이를 통해 현 집행부의 책임을 묻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오는 4월 정기대의원총회가 예정돼 있고 임시총회를 통해 마련할 수 있는 대책에 한계가 있어 무의미하다는 반박도 있다. 앞서 대법원이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놨을 당시에도 임시총회를 열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같은 이유로 무산됐다.
탄핵은 이르다는 우려도 나온다. 투쟁이 중요한 시기에 회장이 공석이 된다면 구심점을 잃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의협은 앞서 4번의 임시총회를 열고 탄핵안을 상정했지만 모두 부결돼 별다른 소득 없이 불화만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간호법·의사면허법은 지난 집행부 때부터 추진되던 법안이었고 정치적인 이유로 다수당에 의해 강행된 측면이 있는 만큼, 이번 집행부의 잘못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옹호론도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이 같은 행보는 대장동·위례 의혹으로부터 이재명 당대표를 지키기 위한 의회 폭거라고 지적하고 있다.
의료현안협의체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간호법이 통과된다면 의료상황이 급변하는 만큼 기존의 전제가 무의미해진다는 이유에서다. 현 정치권 기조를 보면 의대 증원 역시 간호법처럼 힘의 논리로 통과될 수 있어 논의를 지속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
실효성 대책은 총파업만 남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범의료계는 보건복지의료연대 및 간호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성명서 발표, 1인 릴레이 시위, 집회, 총궐기대회 등을 진행해왔다.
의협 역시 별도로 비대위를 구축하고 2기로 넘어오며 그 규모를 확대했지만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했다. 아직 시도하지 않은 투쟁 중 가장 파급력 있는 방안은 총파업뿐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총파업으로 인한 피해는 국민이 입을 뿐 정치권에 대한 압박이 될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공연히 의사에 대한 사회적 불신만 키울 수 있다는 것.
오는 회의에서 이 같은 입장차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질 전망이다. 집행부에 대한 맹렬한 비판을 예고하는 의사 대표자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 한 의협 대의원은 "투쟁에 앞서 일관된 입장을 마련해야 하지만 이견이 많아 조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현 상황이 막막하다는 뜻"이라며 "이 같은 정치권 행태는 보건의료마저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비민주적 폭거다. 구체적인 사안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 미지수지만, 대규모 총궐기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집행부에 민감한 사안이라도 열린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의협 김이연 홍보이사는 "비난도 많고 이탈과 와해시도도 많을 시기지만 기존 문제인식과 연대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집행부는 행동에 대한 반응이 아닌 해결책을 묵묵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패스트트랙이라는 절차적 민주주의 훼손 방법으로 중차대한 국민 보건의료 사안을 강행한 의료 정치화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회원의 참여를 최대화해 사회적 실효가 있는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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