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치료기기가 불면증 등 정신과적 질환에서 벗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의 치료까지 영역을 넓히며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무작위대조임상시험(RCT)를 통해 당화혈색소를 낮추고 약물 복용량도 줄이는 효과를 입증하며 세계 최초의 당뇨병 치료용 디지털치료기기의 탄생을 예고한 것.
오는 3월 4일부터 6일(현지시각)까지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리는 제 72회 미국심장학회(ACC) 및 세계심장학회(WCC) 연례 과학 세션에서는 당뇨병 치료용 디지털치료기기에 대한 RCT 결과가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아직까지 당뇨병에 대한 디지털치료기기는 관리 영역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약물과 같이 치료를 목적으로 의사가 처방하는 디지털치료기기는 아직 없는 상태라는 것.
디지털치료기기의 경우 약물과 직접 치료 효과를 비교하는 무작위대조임상시험을 통해 유효성을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다.
이번 연구의 기반이 된 스마트폰 기반의 어플리케이션형 디지털치료기기 BT-001(베터 테라퓨틱스, Better Therapeutics)는 이러한 이유로 임상 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온 것이 사실이다.
처음으로 치료용 당뇨병 디지털치료기기 개발에 나선데다 임상에서 지속적으로 좋은 결과들을 내놓으며 지난해 9월 마침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문을 두드린 이유다.
이번 학회에서 발표되는 연구는 미국 콜로라도 의과대학 마크 보나카(Marc P. Bonaca)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진행한 무작위대조임상시험의 최종 결과다.
보나카 교수는 "이번 연구는 엄격하게 통제된 무작위대조임상에서 디지털치료기기의 혈당 강하 효과를 입증한 최초의 결과"라며 "당뇨병에 대한 최초의 치료용 디지털치료기기의 탄생을 의미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에는 평균 연령이 58세로 평균 체질량지수(BMI)가 35인 당뇨병 환자 668명이 등록됐다. 연구 당시 참가자들은 평균 두가지의 당뇨병약을 복용하고 있었으며 최근 2~3개월 동안 평균 당화혈색소 중앙값은 8.1%였다.
연구진은 이들 중 절반을 무작위로 배정하는 방식으로 디지털치료기기군과 대조군으로 나눠 3개월과 6개월에 걸쳐 당화혈색소의 변화와 약물 처방 경향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디지털치료기기를 적용한 환자는 3개월 후 당화혈색소가 0.4%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했으며 당뇨병약을 두가지 이상 복용한 환자와 차이가 없었고 6개월간에도 이러한 감소세는 유지됐다.
2차 종점인 약물 처방 경향도 분명한 차이를 나타냈다. 6개월 후 조사에서 대조군 환자는 24%가 약물 복용량이 증가했지만 디지털치료기기 처방군은 14.4%에 머무른 것.
또한 인슐린 치료를 시작하거나 용량을 늘린 환자의 비율도 대조군이 디지털치료기기로 치료받은 군보다 높았다.
보나카 교수는 "불과 6분간 디지털치료기기를 통해 치료받은 것만으로 현존하는 당뇨병 약물과 유사하게 당화혈색소를 낮추면서 약물 의존량을 줄인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특히 약간만 이를 더 활용해도 당화혈색소 수치가 유의미하게 낮아졌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결과"라며 "횟수와 시간을 더할수록 더욱 좋은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으로 이에 대한 후속 연구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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