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아이폰과 애플워치, 어플리케이션만으로 진단되지 않은 초기 파킨슨병을 잡아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학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대조군 연구를 통해 조기 진단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이러한 결과가 디지털헬스케어를 통한 혁명이라고 강조하며 고도화를 준비하고 있다.
현지시각으로 18일 네이쳐(nature) 자매지인 npj parkinson's disease지에는 아이폰과 애플워치,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초기 파킨슨병 진단 기능에 대한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10.1038/s41531-023-00497-x).
현재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이른바 디지털헬스케어는 의학계에서 중요한 화두로 인식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의료기관에서 이뤄지는 진단과 모니터링은 한계가 있는 만큼 24시간 환자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방안으로 탁월한 효과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심전도와 혈당 등에 대해서는 웨어러블과 스마트폰을 활용한 실시간 모니터링 기술이 속속 개발돼 임상에서 활용되고 있는 상태다.
'WATCH-AD'로 명명된 이번 연구에 관심이 쏠린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단순히 심전도와 혈당 등을 넘어 난치병으로 꼽히는 파킨슨에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목표로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파킨슨은 질병의 복합성으로 인해 진단이 어려운 질환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증상이 꾸준히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진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로체스터 의과대학 제이미 아담스(Jamie L. Adams) 교수가 아이폰과 애플워치를 활용한 최초의 파킨슨병 모니터링 어플리케이션인 mPOWER를 개발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대다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만약 이를 통해 파킨슨병의 주요 위험을 감지할 수 있다면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이러한 연구진의 목표에 애플 또한 필요성에 동의하면서 마침내 애플은 제품 출시 행사에서 공식적으로 mPOWER 어플을 공개하고 1만 5천명의 체험단을 모집했다.
이번 연구는 여기서 시작했다. 연구진은 이렇게 어플을 다운받은 극초기 파킨슨병 환자 82명과 연령대가 일치하는 대조군 50명을 모집하고 12개월간 이들을 추적 관찰했다.
스마트폰과 애플워치를 착용한 채 주기적으로 어플을 통해 단순 작업, 예를 들어 손가락으로 일정 문구를 타이핑하는 등의 방법을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또한 아이폰과 애플워치에 들어있는 자이로스포크와 가속도계를 통해 팔의 움직임과 떨림, 보행 기능 등을 추가로 취합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어플 만으로 극초기 파킨슨병 환자와 대조군 사이의 차이가 평균 7일 안에 발견됐기 때문이다. 결국 아직 진단되지 않은 파킨슨병 환자 또한 7일 안에 이 방식을 통해 잡아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초기 파킨슨병 환자는 애플워치로 측정시 보행시 팔의 움직임의 각도가 평균 27.8로 대조군 48.2보다 확연하게 작았다.
이로 인해 팔 움직임의 각도(P<0.001)와 보폭(P=0.01)의 차이만으로도 파킨슨병 환자와 정상인의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났다.
어플을 통한 타이핑 또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같은 문장을 칠때 파킨슨병 환자나 의심 환자는 자판을 두드리는 속도가 30초당 104.5개로 정상인 130.2개에 비해 월등하게 적었다.
또한 자판과 자판을 치는 사이의 속도도 파킨슨병 환자는 137.3ms로 정상인 169.9에 비해 차이가 났다.
애플워치를 통해 측정한 미세한 떨림도 차이를 보였다. 파킨슨병 환자는 착용 기간 중 15.9%에서 미세한 떨림이 나타났지만 정상인은 0.6%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연구진은 이러한 매우 단순한 지표로 충분히 아직 진단되지 않은 파킨슨병 환자를 잡아낼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아이폰과 애플워치를 착용하고 어플을 깔아놓는 행위만으로 자각 증상이나 의료진의 판단이 없는 상태에서 파킨슨병을 의심할 수 있는 충분한 지표를 얻어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제이미 아담스 교수는 "일체의 다른 개입없이 아이폰과 애플워치를 평소와 같이 차고 있는 것만으로 아직 진단되지 않은 초기 파킨슨병을 충분히 잡아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라며 "가히 디지털헬스케어를 통한 혁명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특히 이렇게 잡아낸 초기 파킨슨병 환자들 일부는 오히려 의료진조차 정상으로 평가했을 정도라는 점에서 이 방식이 매우 정확하고 효율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어플을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만큼 더욱 대규모의 연구를 통해 이를 증명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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