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손꼽히는 1세대 피부미용 의료기업들이 연이어 경영권을 매각하며 주인이 바뀌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체는 대부분 사모펀드로 공개매수를 통해 유통 주식을 걷어들인 뒤 자진해서 상장폐지를 하는 수순으로 유사하게 흐르는 모습이다.
20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1세대 피부미용기업으로 꼽히는 기업들이 잇따라 사모펀드에 인수되며 새로운 변곡점을 맞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단 사실상 인수 마무리 절차에 들어간 루트로닉이 대표적인 경우다.
루트로닉은 1997년 설립된 레이저 의료기기를 주축으로 하는 피부미용 의료기기 기업으로 작년 말 기준으로 매출액이 2600억원을 넘어가는 중견기업이다.
특히 우리나라 피부과 시장에서 점유율이 80%를 넘길 정도로 레이저 부분에서는 선두를 달리고 있는 기업.
2000년 국내에서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들을 넘은 1세대 피부미용 의료기기 기업으로 지금은 세계 80개국에 수출 노선을 확보하고 K-헬스를 주도하고 있다.
루트로닉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곳은 사모투자펀드인 한앤컴퍼니로 공개 매수 방식을 통해 루트로닉 지분을 모으고 있는 상태다.
지난달 9일 공식적인 공개 매수를 선언한 이래 1차 기일인 이달 14일까지 루트로닉 창업자인 황해령 회장의 지분 19.7%를 포함해 85.8%까지 지분율을 늘린 상황.
이에 따라 루트로닉은 지난 1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 등 선임을 마친 뒤 18일 최대주주가 황해령 회장에서 한앤코 23호 주식회사로 변경된 사실을 공시한 바 있다.
사실상 인수 절차는 마무리 단계에 이르른 셈. 하지만 한앤컴퍼니는 오는 8월 8일까지 1384억원을 들여 2차로 공개 매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공개 매수 가격은 1차와 마찬가지로 주당 3만 6700원으로 한앤컴퍼니는 2차 공개 매수를 통해 1차 매수에서 확보하지 못한 373만주의 보통주를 흡수할 예정이다.
계획대로 된다면 한앤컴퍼니는 루트로닉 지분의 99% 이상을 확보하게 된다. 사실상 온전한 소유주가 된다는 의미.
이미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린 상황에서 2차 공개 매수에 들어간 것은 자진 상장폐지를 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는 최대 주주가 95% 이상 지분을 확보하면 상장 폐지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루트로닉은 코스닥에 상장돼 있다는 점에서 별도의 규정은 없지만 완전한 편입을 통해 잡음을 없애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처럼 루트로닉이 사실상 피인수를 통한 자진 상폐 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루트로닉의 경쟁자로 국내 피부미용 기업 중에 손꼽히는 이루다도 매각설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루다는 2006년 설립된 피부미용 의료기기 기업으로 루트로닉과 마찬가지로 레이저 기기와 집속초음파, 특히 색소 분야에 특화돼 있다.
지난해 총 매출 463억원에 영업이익 83억원을 달성한 기업으로 현재 설립자인 김용한 대표가 36.61%의 지분으로 최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재까지 이루다는 인수설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은 상태지만 유명 회계법인이 개입하고 외국계 사모펀드가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매각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이루다의 매수 주체로 거론되는 곳은 바로 베인캐피탈이다. 베인캐피탈은 국내 보툴리눔톡신 기업인 휴젤을 인수한 뒤 막대한 수익금을 남기고 매각하면서 국내에서 이름을 날린 외국계 사모투자펀드.
특히 지난해 슈링크로 유명한 국내 피부미용 기업 클래시스를 전격 인수하면서 또 한번 화제를 모았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베인캐피탈 역시 공개 매수 방식으로 이루다의 지분을 흡수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클래시스와의 시너지를 노리는 방향이 유력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대 주주 지분율이 17%에 불과했던 루트로닉과는 상황이 다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대 주주 지분를 포함해 우호 지분이 40%가 넘는 이루다의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 등의 이유로 쉽게 공개 매수 방식을 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사모투자펀드가 잇따라 국내 피부미용 의료기기 기업을 노리는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잠재력 대비 저평가 되어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또한 거세게 불고 있는 한류 열풍과 더불어 코로나로 촉발된 이른바 K-헬스의 영향도 이유로 꼽고 있다.
투자은행 관계자는 "인수 대상 기업들을 보면 독자적 경쟁력을 가지고 해외 수출에 주력하고 있는 기업들로 수년째 영업이익 등이 적게는 수십 퍼센트에서 많게는 수백 퍼센트까지 급성장하는 회사들"이라며 "하지만 주가 등은 저평가 상태에 있다는 점에서 사모펀드 입장에서 잘 재포장하면 얼마든지 다시 비싸게 팔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본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단순한 경영 참여를 넘어 빠르게 공개 매수를 진행하며 90%가 넘는 지분을 가져가는데는 이유가 분명하지 않겠냐"고 "특히 한류 열풍이 거세지면서 국내 피부미용 기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한 몫했다고 보여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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