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여성 환자가 돌에 걸려 넘어진 후 오른쪽 손과 어깨에 통증이 느껴져 A병원을 찾았다. 의료진은 X-레이 검사를 한 후 창상 봉합 및 약 처방을 했다. 이후 환자는 4일, 일주일 후 경과 관찰을 위해 A병원을 찾았지만 오른손의 통증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알고 보니 손가락이 골절된 것. 이는 A병원을 처음 찾은 지 3주 만에 발견됐다. 통증이 나아지지 않아서 X-레이 검사를 다시 해본 결과였다.
환자는 오른쪽 새끼손가락(제5수지) 근위지골 분쇄골절 진단을 받고 입원해 정복수술 및 내고정 수술을받았다.
환자는 퇴원 후 다른 병원을 찾아 수술 후 관리를 위한 치료를 받았다. 구체적으로 오른쪽 새끼손가락 관절강직에 대해 노동능력상실률이 12% 인정된다는 진단서를 발급받고 재활저출력레이저 및 약물치료를 받았다.
그러고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의료중재원)을 찾아 A병원이 골절 진단을 늦게 하는 바람에 관절 강직까지 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환자 측은 "새끼손가락 골절을 초기에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서 진단 시점과 치료가 늦어졌고 손을 계속 마사지하라는 잘못된 요양지도 때문에 골절이 더욱 악화됐다"라며 "뒤늦게 골절 수술을 받았음에도 치유가 더디고 장기간(6주) 부목을 적용해 다른 손가락까지 영향을 받아서 기능을 상실, 후유장해 진단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환자는 재산상 및 정신적 손해배상을 주장하며 3000만원을 요구했다.
A병원 역시 진단이 늦어진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다만, 진단 지연과 관절 강직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게 주된 반박이었다.
A병원은 "초진 X-레이에서 새끼손가락 골절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3주가 지난 후 골절을 진단하자마자 바로 수술을 시행했다"라며 "수술 후 골절 부위가 잘 붙고 있는 것도 확인했다. 강직 예방을 위해 지속적인 물리치료와 재활치료를 권유했지만 환자가 내원을 중단해 상태를 파악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진단이 늦었다고 치료 예후가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애초에 부상으로 입은 손가락 골절은 분쇄골절 및 관절 주변 골절이기 때문에 치유 과정에서 관절강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의료중재원은 골절 진단이 늦었고 이 때문에 초기 치료가 늦어져 관절강직까지 발생했다고 봤다. 의료중재원의 감정을 받아 든 양측은 700만원에 합의했다.
의료중재원은 "초진 당시 찍은 X-레이에서 새끼손가락 근위지골 기저부 전위성(위치가 바뀐) 골절이 관찰되는데 A병원은 3주 만에 발견했다"라며 "수술 후 X-레이에서도 골절부 일부에서 전위가 남아있고 고정핀이 근위지골의 양쪽 피질골에 견고히 고정돼 있지 않아 만족할 만한 골절 정복 및 내고정이 이뤄졌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초기 골절 형태가 정확하게 뼈를 맞추기(정복)에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또 "수술 후 강선과 부목 제거 시기는 적절했다. 진단 및 치료를 적절히 했더라도 손가락 골절 부상은 다치기 전 상태로 회복되기 힘들다고도 했다"라며 "환자에게 생긴 부정 유합과 관절강직은 초기 골절의 비교적 심한 전위 상태, 진단 지연에 따른 해부학적 정복의 어려움과 수술 과정에서 견고하지 못한 내고정 등을 원인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 해당 기사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실제로 진행한 '의료분쟁 조정중재' 사례를 소개하는 연재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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