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에서 비대면 진료의 유용성을 강조하기 위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해외 선진국에서 이미 상용화된 기술로 미래 헬스케어의 주역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8일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출범 2주년 심포지엄을 열고 해외 원격의료 정책으로 본 국내 미래 의료 전망을 조명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제의료본부 송태균 본부장은 이 같은 트렌드에서 한국 의료의 현 주소를 짚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했는데 ▲엔데믹 ▲비대면 의료 ▲보건의료마이데이터 ▲디지털 치료기기▲ 의료관광 회복 등의 키워드가 국제의료 트렌드로 떠올랐다는 설명이다.
앞서 우리나라는 2019년 연간 100만 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등 의료관광 대국이었지만,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연간 환자가 12만 명 수준으로 76.5% 감소했다. 유행세가 잦아들면서 환자 수가 회복세로 접어들었지만, 2021년 14만 명, 2022년 25만 명 수준으로 더디다.
송 본부장은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료는 개발도상국을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국가는 정부 차원에서 보건의료 현대화를 핵심 과제로 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의료기기·제약,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가 여기 진출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우리나라가 아시아 의료관광 중심국가로 재도약해야 한다는 비전도 내놨다. 2027년까지 연간 외국인 환자 수를 70만 수준으로 끌어 올린다는 목표다. 또 이를 위해 ▲출입국 절차 개선 ▲지역·진료과 편중 완화 ▲유치산업 경쟁력 강화 ▲글로벌 인지도 제고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주제발표에서 해외 연좌들은 일본·영국 등에서 원격의료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조명했다. 메디컬 노트 리사 킴 제품 총괄 매니저는 일본 원격의료가 여성 진료를 중심으로 발전하는 상황을 전했다.
일본 원격의료는 코로나19 여파로 2018년 특례 조치가 발령된 뒤 2020년 영구화됐는데 지금에 와선 자택에서 진료와 의약품 수령이 모두 가능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 또 환자가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을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으로 짚었다.
관련 시장 역시 123억 엔에서 170억 엔으로 확대되기는 했지만, 아직까진 원격의료가 완전히 보급된 상황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 주 이용층은 여성으로 경구피임·다이어트·피부미용 진료·처방이나 내복약 처방이 많다고 전했다.
로열 버크셔 NHS 재단 신탁 조 키친 박사는 원격의료에 대한 영국 의사의 관점을 전했다. 이미 영국에선 원격의료가 도입돼 있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관련 수요가 급증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디지털 1차 진료를 위한 온라인 일반의 서비스에 1510만 명의 환자가 등록돼 있는데, 코로나19 유행이 절정에 달했을 때 일반의의 약 71%가 원격 상담을 진행했다는 것.
그는 본인의 경험을 소개하며 원격의료는 비용 효율적인 양질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상에서의 지침 준수와 뛰어난 IT 기술 적용 필요성, 공공·민간 의료기관 간의 환자 데이터 공유 등이 난점이긴 하지만, 이 같은 문제는 극복할 수 있으며 원격의료는 대부분의 환자 그룹에게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서울대학교병원 공공진료센터 권용진 교수는 이어진 주제발표를 통해 원격의료의 가치 및 발전 방향을 조명했다. 원격의료는 ▲접근성 ▲편의성 ▲비용 효율성 ▲커뮤니티 케어 ▲전문 케어 ▲예방 진료 ▲환자 참여 ▲국제 건강 ▲팬데믹 및 재난 대응 ▲삶의 질 등에서 의미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의료계에서도 이 같은 원격의료의 가치를 확인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
하지만 권 교수는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비교 대상이 없는 상황을 문제로 꼽았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별다른 문제없이 비대면 진료가 이뤄졌으니 안전하다는 게 산업계 주장인데 이것만으론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일본·영국보다 의학적 증명에 대한 요구치가 높은 우리나라 의료계 특성상, 제대로 된 증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수용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적어도 산업계가 이를 축적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야 한다는 것.
또 원격의료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선 원격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술이 동시에 적용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또 관련 주요 기술로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IoT) ▲5G 기술 ▲블록체인 ▲AR·VR ▲클라우드 ▲빅데이터 ▲자연어 처리(NLP) ▲모바일 헬스 앱 ▲로보틱 ▲사이버 보안 기술 ▲지리정보시스템 ▲상호 운용성 솔루션 등을 조명했다.
원격의료가 환자·의사 호응을 얻기 위해선 우리나라 현실에서 가치를 증명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와 관련 권 교수는 "원격의료는 지리적 장벽을 연결해 농촌 및 소외 지역 문제 해결할 수 있으며 환자가 먼 거리를 이동하지 않고도 전문의와 상담할 수 있다"며 "특히 환자는 집에서 편안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고 원격의료를 통해 모니터링이나 맞춤화 된 관리 계획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에게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지원을 제공할 수도 있으며 응급상황에서 의료취약지 대응이나 환자 우선순위 설정에도 도움이 된다"며 "예방 분야에서도 관련 교육·상담·정기검진 뿐만 아니라 잠재적인 건강 문제에 조기 개입할 수 있다. 알림 등으로 환자가 투약 등 치료 계획 준수하도록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영역에서 산업계가 원격의료의 유용성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그는 원격의료 논의가 비대면 진료에만 갇힌 상황을 지적했다. 원격의료는 비대면 진료보다 큰 개념으로 장기적으로 이를 포괄할 수 있는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강건욱 교수는 4차 산업혁명에서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한계를 지적했다. 아직 환자 개인이 자신의 디지털 보건의료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제한적이어서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면 환자 본인이 상태를 더 정확히 인지할 수 있어 질환을 진단하거나 미리 예방하는데 정밀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정부에서도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을 진행하는 등 한국인 바이오 빅데이터 생태계 구축을 위한 노력이 있지만, 보건의료정보를 이용한 맞춤형 서비스까지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 교수는 관련 지향점으로 '건강증진형 유헬스모델'을 제시했다. 환자의 보건의료정보를 담은 헬스아바타를 이용해 ▲클라우드 유헬스 분석서비스 ▲24시간 운영 헬스부스 등 의료 서비스뿐만 아니라 ▲제휴 요식업 ▲스포츠센터, 병의원 등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한외과의사회 이세라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비대면 진료가 성공하기 위한 전제조건을 전했다. 현재의 비대면 진료는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로 저수가가 만연한 우리나라 의료 환경에 적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의료법과 건강보험법 역시 의사들의 운신의 폭을 제한하는 걸림돌이라고 꼬집었다.
이를 고려하면 비대면 진료가 성공하기 위해선 ▲비율이 아닌 1일 진료횟수 제한 ▲진료비 선불제 및 비급여 ▲진료 장소 제한 완화 ▲선택분업을 통한 처방 ▲경증으로 초진 한정 ▲전자의무기록을 통한 진료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관련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자료가 미비한 상황을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비대면 진료 도입에서 의료계 동의를 얻어내긴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은 "해외에서 비대면 진료가 급증한다고 해서 우리나라에 그대로 도입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나라별로 제도와 문화가 다르다. 무상의료를 제공하는 영국에서조차 14%의 국민이 공공의료에 만족하지 못한다"며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무조건 해외 사례를 대입해선 안 된다. 우리는 우리나라 문화에 맞게 비대면 진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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