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내시경 시술을 했다 합병증 부작용을 일으킨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와 대학병원이 수억원을 환자에게 배상해야 할 위기에 놓였다. 법원이 의사와 병원에 손해배상 책임이 30% 정도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
22일 의료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제1민사부(재판장 이일주)는 최근 허리 내시경 시술 후 마미증후군이 생긴 환자가 부산 A대학병원과 시술을 직접 한 의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병원과 의사의 책임을 30%로 제한하고 3억4090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2016년 6월 환자 B씨는 허리와 다리 통증을 호소하며 A대학병원 통증클리닉을 찾았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J씨는 환자에게 허리 제4-5번 디스크 척추 협착증 진단을 내리고 허리 내시경 레이저 감압술을 했다.
이때, B씨 대신 그의 배우자가 수술 마취 동의서에 대신 서명했다. 동의서에는 환자의 상태와 수술 방법 등이 있었고 수술 합병증으로 두통, 뒷목 통증, 안압 상승으로 인한 통증, 시술 부위 통증, 경막손상, 신경 손상(일시적) 등이 나와 있었다.
문제는 레이저 감압술 직후 일어났다. 시술 다음날부터 B씨는 골반 주위 감각이 둔해지고 배변, 배뇨 감각이 저하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였다. 의사 J씨는 시술 후 8일이 지나서야 비뇨의학과, 재활의학과로 협진을 의뢰했다.
재활의학과 의료진은 마미증후군을 의심했다.
마미증후군은 허리척추뼈 아래에 있는 여러 다발의 신경근이 압박을 받아 생기는 병이다. 허리 통증, 양측 하지 통증 및 감각 이상, 근력 저하, 회음 주변 부위 감각 이상, 배변 및 배뇨기능 장애 등의 증상을 복합적으로 일으키는 질환이다. 그럼에도 J씨는 신경학적 검진 등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시술 열흘이 넘어서 정형외과로 협진을 다시 의뢰했다. 정형외과는 환자 증상이 마미증후군에 합당한 소견이라고 회신했다.
환자 B씨는 1년하고도 7개월을 입원해 있다가 퇴원했다. 신체 감정 결과 천추부 신경근병증과 이로 인한 양측 하지의 근력저하, 배변 및 배뇨기능 장애가 있었다.
환자는 A대학병원과 의사 J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환자 측은 시술 전 합병증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고, 시술 과정에서 신경을 손상시키는 등 시술상 주의의무를 위반했으며 신경 손상이 발생했을 때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진단과 치료를 해야 하는데 방치해 증상이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환자 측의 주장을 모두 인정했다. 3명의 의사가 회신한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가 법원 판단에 주요하게 작용했다.
재판부는 "수술 합병증으로 신경 손상이 나와있지만 영구적인 신경 손상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라고 했다. 감정의 역시 "내시경 수술로 인한 마미증후군 발생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라며 "요추부 내시경 레이저 감압술 합병증으로 마미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의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이라고 전했다.
시술 과정에서 신경 손상이 일어났고,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마미증후군을 진단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의료진에게 책임이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시술을 시행한 제4-5번 요추 부위 인근에 마미가 있는데 시술 직후 환자에게 마미증후군 증상이 발생했다"라며 "시술을 하면서 카테터의 접촉 또는 레이저 열로 인한 신경 손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시했다.
감정의들 역시 빠른 시간 안에 합병증을 잡아내지 못했다고 의견을 냈다. 한 감정의는 "시술 후 1~3일 안에 영상학적 검사를 시행해 이전 검사 결과와 비교해 봤어야 하는데 열흘이 지나서야 CT를 한 것은 다소 늦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감정의도 "시술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상태에서 협진을 시행한 것은 신경학적 증상 변화를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대처가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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