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대상포진 등 국내 프리미엄 백신 시장에서 지난 몇 년 간 영향력을 발휘해온 HK이노엔의 향후 행보를 두고서 제약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2년간 맡아 온 MSD 백신 라인업 영업‧마케팅 계약의 종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HK이노엔과 한국MSD는 지난 2021년 1월부터 시작한 백신 공동프로모션 계약의 종료를 앞두고 있다. 양사는 앞서 백신 공동프로모션 계약을 2+1년 형태로 맺은 바 있다.
계약 내용에 따라 HK이노엔은 그동안 MSD가 보유하고 있는 전체 백신 중 ▲가다실, 가다실9(HPV 백신) ▲조스타박스(대상포진) ▲로타텍(로타 바이러스 백신) 등 품목에 대해 공동 영업 마케팅을 펼치고 이들 제품의 유통도 맡아왔다. 또한 ▲MMR2(홍역, 유행성 이하 선염 및 풍진 혼합 바이러스 백신) ▲박타(A형 간염 바이러스 백신) 등 2개 품목은 유통을 담당해왔다.
이 가운데 HK이노엔은 MSD의 백신 공동 프로모션을 통해 적지 않은 매출 증대 효과를 거뒀다.
특히 자궁경부암과 대상포진으로 대표되는 MSD 프리미엄 백신 가다실9과 조스타박스 공동 프로모션을 통해 국내 병‧의원 백신 시장에서 존재감이 한층 커졌다.
참고로 HK이노엔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MSD 백신 매출은 2021년 1924억원으로 집계됐으며 2022년 2006억원으로 성장했다.
다만, 올해 MSD 백신 매출은 3분기까지 1091억원으로 집계돼 주춤한 모습이다.
이는 가다실9이 2022년 가격 인상 전 출하 집중에 따른 기저효과가 올해 발생한 데다 대상포진 백신 시장에서 조스타박스의 일시 품절 현상이 발생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더구나 올해부터는 대상포진 백신 시장에 GSK 싱그릭스가 본격 가세하면서 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조스터와 함께 경쟁은 더 치열해진 점도 추가 원인이 될 수 있다.
제약업계에는 이 같은 이유에서 HK이노엔과 MSD의 공동 프로모션 종료를 앞두고 재계약 여부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HK이노엔이 백신시장을 접고 기존 수액과 함께 당뇨병 등 만성질환 치료제 시장을 적극 공략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10월부터 HK이노엔이 아스트라제네카와 당뇨병 치료제 '시다프비아'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 같은 예상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당장 동아에스티와의 당뇨병 치료제 슈가논(에보글립틴) 공동판매 계약이 종료된 가운데 시다프비아 공동판매 계약으로 이를 대체한다고 볼 수 있지만, 향후 아스트라제네카뿐 아니라 다른 국내 제약사와의 만성질환 치료제 라인업의 추가적인 협력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내사 관계자는 "HK이노엔이 아스트라제네카 당뇨병 치료제인 시다프비아 공동판매 계약을 맺은 것은 의미가 있다. 추가적인 연쇄 판권 이동이 일어날 수 있다"며 "HK이노엔이 케이캡과 함께 만성질환 치료제 시장에 집중하는 양상이다. 백신 시장 대신에 만성질환 치료제 시장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재편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HK이노엔 관계자는 "올해를 끝으로 MSD 백신 공동 프로모션 계약이 만료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계약 갱신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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