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야간 및 휴일에 소아환자를 진료하는 달빛어린이병원 지원을 위해 총 45억원의 예산을 확보한 가운데, 소아청소년과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소청과 진료대란 해소를 위해 달빛어린이병원 운영비 지원 예산 45억원을 마련해 의료기관별 연간 최소 3000만원에서 최대 4억3200만원까지 지급할 계획이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야간진료(평일·주말 24시) 시 최대 지원금 3억6000만원이 지급되는데, 소아 환자가 3만명 미만인 지역은 20% 가산이 있기 때문에 최대 4억32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그간 달빛어린이병원 야간 및 휴일진료에 한해 운영시간에 따라 차등적으로 수가를 가산하던 방식에서, 주간 및 평일진료 시간까지 포함해 수가를 확대하는 것이다.
정부의 소청과 지원 강화 정책과 관련해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장은 "당장 위기 상황에 놓인 의원들에게는 고무적인 소식일 수 있지만 결코 근본적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소아청소년과 자체의 수가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부의 모든 지원책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최용재 회장은 경기 북부에서 병원급 의료기관 중 유일하게 달빛어린이병원으로 지정된 의정부 튼튼 어린이병원을 운영 중이다.
최용재 회장은 "소청과 의사 인력은 날이 갈수록 감소하는데 정부가 수가를 통제하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지 않아 추가 인력 유입이 없다"며 "차라리 시장 논리에 따른다면 적절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 텐데 비정상적인 수가로 인해 공급이 끊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상황 속 의대생 숫자를 아무리 늘려도 소청과에 지원할 의사는 없을 것"이라며 "30~40년 전만 해도 소청과는 의대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진료과목 중 하나였는데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과 비교했을 때 돈이 되지 않으니 지원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내 소아청소년의료과 신설 통해 수가 정상화 실현"
최 회장은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소아과 약 품절 사태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소아신경학적 응급상황인 간질중첩증 초기 치료제로 사용하는 다이아제팜 품절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데 정부가 가격을 지나치게 낮게 책정해 제약사 등이 공급을 포기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약이 품절되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용재 회장은 소아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해 보건복지부에 소청과 업무를 전담하는 '소아청소년의료과' 신설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국내 보건의료 수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결정되는데 위기 상황인 소청과만큼은 복지부 내 별도 부서를 신설해 수가를 비롯한 인력 수급 계획 등을 총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 회장은 "달빛어린이병원은 정책적으로 지원을 확대해가면 어느 지점까지는 개선이 나타나겠지만 결국 임계점이 온다"며 "결국 위기의 소아청소년과를 구출할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청과가 겪고 있는 저수가 어려움은 건정심 제도 밖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아동병원협회는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와 함께 의견을 모아 복지부 내 소아청소년의료과가 신설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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