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의대생 유급 방지를 목적으로 미완(I) 학점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이는 의학교육의 질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비판이다.
11일 대한의사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무리한 2000명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억지로 실행하기 위해, 비상식적인 대책을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이는 교육부가 전날 발표한 '의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을 겨냥한 지적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학교별 여건에 따라 'I(Incomplete) 학점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성적평가가 완료되지 않은 과목의 성적을 미완(I)의 학점으로 두고, 정해진 기간에 미비한 내용을 보완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
또 대다수 의대생이 올해 1학기를 정상적으로 이수하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학기제'를 '학년제'로 전환해 각 대학의 성적 처리 기한을 내년 2월 말까지로 연기하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를 3개 학기로 나눠 올해 학년도 내에 총 3학기로 운영하는 방안도 가능해진다.
의협은 이 같은 가이드라인은 대놓고 부실·저질교육을 종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질의 의학교육에 앞장서야 할 교육부가, 의학교육의 원칙을 훼손하고 땜질식 조치를 열거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특히 의대생들이 유급하지 않도록 F학점 대신 추후 성적을 정정해주는 I학점을 주는 것은, 의학교육의 질을 저하할뿐더러 타 학과와의 형평성 문제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것.
학기 조정 및 교육과정 개편 역시, 일 년 단위로 상당한 수업량을 소화해야 하는 의대 교육과정을 반년 만에 날림식 교육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이와 관련 의협은 "교육부 장관은 이러한 조치를 두고 공익을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어 탄식을 자아낸다"며 "진정한 공익을 위해서라면 지금이라도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요구를 수용해, 더 이상의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인 정부 대책들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한민국 의료는 양질의 의학교육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저질 의학교육으로는 저질 의사만이 양산될 뿐"이라며 "대한민국 국민 건강과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양질의 의학교육이 담보될 수 있도록 정부의 비상식적인 조치를 즉각 중단하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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