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으로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다섯 달 이상 장기화며 의료공백이 곳곳에서 현실화하는 가운데, 응급의학과의사들이 응급실이 파행될 경우 타과 전문의를 활용하겠다는 정부 대책에 대해 "응급의료체계와 병원의 몰락을 초래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응급의학의사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2일 성명서를 통해 "응급의학 전문의가 없으면 다른 과 의사들이 보면 된다는 식의 발언은 무지의 소산"이라고 비판했다.
응급의학의사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2일 성명서를 통해 "응급의학 전문의가 없으면 다른 과 의사들이 보면 된다는 식의 발언은 무지의 소산"이라고 비판했다.
높은 업무강도와 사법 리스트 등으로 기존에도 의사들의 선호도가 낮았던 응급의학과는 의료공백이 장기화되며 하나둘 파행을 맞고 있는 실정이다.
충남 천안 순천향대천안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일부가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응급의료센터 운영이 중단됐다. 속초의료원 또한 응급실 전문의 5명 중 2명이 사직하면서 응급실을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다른 진료과의 인력을 활용하면 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응급의학과의사회 비대위는 "다른 과 전문의의 '응급실 돌려막기'는 응급의료의 질 저하뿐 아니라 파견과의 역량 저하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병원 전체의 몰락을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들은 "정부는 매일 90% 이상 응급실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거짓말했지만, 실제 응급의료기관 400여 개 중 70%는 원래 전공의가 없던 곳"이라며 "수련병원 대부분이 파행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단 한 번도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급병원이 무너지면 지역의 응급의료전달체계가 붕괴하고 이는 전체 응급의료체계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들은 전공의들에 대한 정부 정책이 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 예고했다.
응급의학과의사회 "비대위는 전공의들에 대한 강제 사직 처리와 하반기 지원 강요는 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며 "전공의 갈라치기를 즉각 중단하고, 전공의들의 복귀를 원한다면 먼저 이들의 요구를 조건 없이 수용해야 한다. 2025년 의대 증원이 왜 논의 불가이고 2026년은 어째서 가능한지 그 이유를 정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년도 신규 지원 또한 극소수로 예상되기 때문에 향후 응급의학과는 소멸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며 "아무리 진료지원(PA)간호사를 활용한다 해도 조속한 의료체계 정상화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응급의학회 역시 정부의 타 전문의 응급실 투입 방침을 두고 "정부의 응급 의료에 대한 인식의 수준과 해결책이 '응급의학과 외에 다른 전문 과목의 인력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하니 유감"이라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들은 "막대한 민형사 소송의 부담을 안고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다른 전문 과목 전문의가 응급실 진료를 하려고 하겠느냐"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국가 응급의료체계는 반드시 유지돼야 하는 만큼 응급의료 현장을 지켜내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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