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사태로 촉발된 전공의 사직 장기화로 응급의료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다.
법적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전공의 사직으로 업무 로딩까지 높아지자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진 의료진들이 각자도생을 택하면서 수십년 버텨온 응급의료가 무너지고 있다.
■수련병원 줄줄이 응급실 셧다운 빨간불
16일 메디칼타임즈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순천향대 천안병원 이외에도 국립중앙의료원, 속초의료원 등 응급의학과 전문의 이탈이 본격화 되면서 응급실 운영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A수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실 운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된다"면서 "8월 내로 셧다운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현재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총 3명. 하지만 이중 1명은 육아휴직 중이고, 1명은 사직서 제출 후 휴직에 들어갔다. 단 1명만 남아서 응급실을 지키고 있는 실정이다.
속초의료원은 이미 응급실 진료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 응급의학과 전문의 5명 중 2명이 사직하면서 3명만 남았다. 몇개월 전부터 의료진 채용 공고를 냈지만 지원 문의조차 없다.
속초의료원 한 의료진은 "의료진 사직 여파로 지난 주 3일간 셧다운한 데 이어 이번주에도 몇일 간 진료를 닫을 수밖에 없다"면서 "의료진 이탈 소식에 지원하는 의료진이 더 사라졌다"고 말했다.
충청권 국립대병원도 위태롭게 응급의료를 이어가고 있다.
충청권 한 응급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인근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3~4명 남은 상태에서 타과 전문의 지원으로 간신히 응급실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응급환자 이송을 전담하는 광역상황실을 보면 지방 응급환자를 전원할 때 대게 50~60번, 최대 105번까지 전화를 걸어야 한다"면서 "응급의료 공백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어질 것" 우려
수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들은 "다음달 전국의 응급실이 멈춘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면서 "둑이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응급실 의료진을 유지하면서 그나마 버티고 있는 수련병원들도 한두명 이탈하시 시작하면 언제라도 응급실 셧다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수도권 응급의학과 한 원로 교수는 "아직은 버티고 있지만 한계에 가까이 왔다"면서 "센터장, 과장급 교수들까지도 도저히 체력적으로 버티지 못해 사직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순천향대 천안병원 규모 응급실을 응급의학과 전문의 8명으로 운영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했다.
전공의가 있을 땐 가능했겠지만, 전공의 사직 이후에도 권역응급센터를 전문의 8명으로 버틴 것은 '미친 짓'에 가깝다고 봤다.
이 회장은 "권역응급의료센터 40곳 중 응급의학과 전문의 5명만 남은 곳도 있다"면서 "7~8월 중 대학병원은 10곳 이상이 응급실 셧다운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의대증원 사태는 응급의학과 붕괴에 직격타"라며 "응급의학 붕괴 여파로 향후 3년, 길게는 5년 이상 응급의학과 전문의 배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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