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개발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앱 실손24에 대한 의료계, 핀테크 업계 시선이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별도의 본인 확인 절차가 있는 것에 더해, 실손24로 간편 청구를 일원화하려는 듯한 정부 태도에 환자 정보집적 우려가 덩달아 커지는 모습이다.
6일 의료계와 핀테크 업계에서 정부 주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환자 정보집적을 위한 수단이라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앞서 의료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시행되기 이전에도, 이를 통해 집적된 환자 정보가 보험사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이렇게 알게 된 환자의 병력으로 보험 가입·갱신을 거절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커지는 환자 정보집적 우려 "본인인증서 의도 보여"
이런 상황에서 실손24 이용에 별도의 본인인증 절차가 필요하면서 관련 의혹이 커지는 상황이다. 실제 실손24 이용을 위해선 공동·금융·민간인증서 외에도 별도의 회원가입, 휴대폰·아이핀 인증까지 필요하다.
더욱이 실손24 민감정보(진료정보)처리 동의 내용을 보면 ▲진료내역 ▲진료비 영수증 ▲진료비 세부 내역서 ▲처방전 등에서 100여 개의 정보가 보험사들로 넘어간다. 다만 이들 정보는 실손보험 청구 서류 전송 후 요양기관명, 요양기관기호, 환자등록번호, 진료 시작일, 진료 종료일을 제외하고 즉시 폐기된다.
반면 이미 운영 중인 민간 실손보험 간편 청구 앱의 경우 네이버·카카오 정보 제공에만 동의한다면, 별도의 인증 절차 없이 로그인할 수 있다.
보험금 청구에 이 같은 정보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환자 정보를 남기지 않고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는 목적이라면 별도의 본인인증까진 필요하지 않다는 것. 하지만 이를 요구하는 것은, 특정 의도가 느껴진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핀테크 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 보험개발원에서 환자 데이터를 남기지 않고 바이패스로 보험사에 청구 서류를 제공하는 것이라면 이런 인증은 필요 없다"라며 "보험업법 개정안에도 환자 정보를 남기지 않는다고 돼 있는데 왜 인증을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애초에 병원에 가면 거기서 환자 신분증 검사와 본인 확인을 하는데 이를 왜 굳이 반복하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만약 앱으로 보험금 청구만 한다면 이런 인증까진 필요 없는데 이런 추가적인 인증 절차를 마련한 것은 수집한 정보를 활용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정부 의료계 탓에 현장 반응도 '싸늘'
이런 상황에서 화살을 의료계로 돌리는 정부 태도에 의료 현장 반응도 싸늘해지고 있다. 이미 민간 주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정부는 의료기관 불참으로 실손24 이용률이 미진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실제 6일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실과 금융위원회가 보험개발원에 요구한 자료에 따르면, 실손24를 통한 청구 건수가 지난 4일 기준 5373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5일 앱이 출시된 이후 지난 4일까지 36만3988명이 가입했지만, 등록 의료기관이 적어 실제 청구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
하지만 이미 환자들은 민간 핀테크 업체 앱으로 실손보험을 간편 청구하고 있다는 게 의료계 반박이다. 실제 지앤넷이 운영하는 실손보험 빠른청구 앱은 현재 1만7896곳의 의료기관이 등록돼 매달 50만 건의 청구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이처럼 순항 중인 민간 서비스를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의료계 몽니가 국민 편익을 막고 있다는 식의 여론전을 벌이는 것은 실손24로 창구를 일원화하겠다는 의도라는 것.
이와 관련 한 병원 원장은 "매번 의료계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거부하고 있다고 하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미 환자들은 민간 앱으로 실손보험금을 청구해왔다"며 "그런데 의료계가 몽니를 부려서 국민 편익을 해친다는 식으로 얘기가 나오니 어이가 없을 따름"이라고 말했다.
다른 개원의 역시 "순서가 잘못됐다. 대체할 앱이 있으니 보험개발원 앱을 이용하지 않는 것이지 의료기관이 불참 때문에 이용률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간편 청구 앱은 환자들의 필요에 의해 선택되는 것인데 왜 정부가 나서서 의료계 탓까지 하며 이용해달라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민간 주도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이뤄진 상황에서 굳이 보험개발원 앱만을 이용하도록 하는 게 환자 편익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고, 그럴 이유도 전혀 없다"며 "그런데도 정부가 이를 종용하고 나서니 의료계로선 실손24 앱의 목적이 환자 정보 집적이라는 의혹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배달앱 있는데 정부가 배달앱 내는 꼴 "민간도 조명해야"
핀테크 업계 반발은 더욱 크다. 이 같은 정부 태도는 실손24만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로 여기는 행태라는 지적이다. 이는 이미 배달앱이 성행 중인데 정부가 배달앱을 출시하고 전체 배달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말하는 꼴이라는 것.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에 실손보험 간편 청구 서비스가 없었다면 실손24 이용자가 많았겠지만 이미 2017년부터 관련 민간 서비스가 운영돼왔다"며 "국민 입장에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새로운 것도 아니고 등록된 병원이 몇백 개에 불과한 앱을 이용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상황이 이렇게 되니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목적이 정말 국민 편익을 위해서였는지 의심스럽다"며 "민간 앱이 운영 중인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 특정 앱을 밀어주는 것은, 민간 서비스 파이를 뺏어 공공화하려는 시도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손보험 빠른청구' 앱을 운영 중인 지앤넷 역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실적을 얘기할 때 민간 서비스를 함께 조명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지앤넷 김동헌 부회장은 "보험업법 개정안에서 보험개발원과 함께 민간 핀테크를 인정하는 만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실적을 보려면 양쪽을 합쳐서 봐야한다"며 "룰을 만드는 정부의 역할을 고려하면 시장에 직접 개입해 특정 앱만 이용하라고 할 게 아니라 민간 서비스로도 간편 청구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불편 해소라는 개정안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보험개발원 앱 실적만 놓고 이용량이 저조하다며 의료기관 탓만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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