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지속적인 경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료기기 기업들에게 불공정 요소가 있는 계약을 강요하는 간납사들의 횡포가 이어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표준계약서 등 정부가 마련한 권고에도 불구하고 재고 관리 책임을 기업에 떠넘기거나 대금 지금을 교묘히 미루는 등의 편법적 요소가 있는 행태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24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간납사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의료기기 기업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행태가 이어지면서 업체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의료원의 계열 병원 간납 업무를 수행하는 A간납사의 경우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 간납사는 의료기기 공급 기업들에게 재고 관리 책임과 관리 의무를 떠넘기는 협약서를 강요하면서 기업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상황.
실제로 메디칼타임즈가 입수한 협약서를 보면, 재고 관리와 결제, 손해배상에 있어 불공정 요소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적인 부분은 바로 제2조 업무 범위와 제 4조 입고와 재고 관리 부분에 있다.
협약서에 따르면 의료기기 기업은 간납사에 물품 재고를 간납사의 창고에 보유해야 하며 이 재고의 소유권은 병원이나 간납사가 아닌 공급자에게 귀속된다.
결국 간납사에 수수료를 제공했고 물품은 이미 반출됐지만 실제 병원에서 이를 사용하기 전까지 재고에 대한 부담을 의료기기 기업이 고스란히 지게되는 셈이다.
B 의료기기 기업 관계자는 "이는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도 지적한 대표적인 불공정 문제"라며 "100개의 물품을 납품했지만 실제로 1개만 사용되면 99개 재고를 기업이 떠안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특히 의료기기 기업들은 4조 6항에 명시된 손해배상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도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이 부분은 간납사가 의료기기를 고의로 멸실하거나 훼손한 경우 외에는 민사상 손해배상 등 법적 책임을 추궁할 수 없다는 내용.
B 의료기기 기업 관계자는 "이는 결국 창고에 보관하거나 이동하다 비를 맞건 굴러 떨어져 망가지건 간납사는 책임이 없다는 조항"이라며 "입고와 출고, 보관에 대한 수수료를 받고서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대금 정산과 관련한 제6조 부분에 대해서도 기업들의 불만이 높다. 판매 대금에 대해서도 '실제 매출'이라는 모호한 표현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대금 정산 시점을 병원이나 간납사의 편의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기업들은 이 부분 또한 불공정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부분들이 의료기기 유통 투명성과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공급내역보고(UDI) 제도와도 정면으로 상충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의료기기 공급내역 보고는 의료기기가 제조 기업에서 유통 기업, 간납사, 병원으로 이동할때 그 내역을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단계의 사업자에게 책임을 부과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미 간납사 창고에 보관중인 물품이 제조 기업의 소유로 규정되고 있는 이 협약서를 적용하면 병원에서 사용되기 전까지 모든 책임을 의료기기 기업이 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기업들의 항변이다.
C 의료기기 기업 관계자는 "의료기기 공급내역 보고 제도의 목적 자체가 각 단계별 품질 관리 책임을 명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냐"며 "하지만 이렇게 되면 병원에서 실제 사용이 이뤄지기 전까지 모든 책임을 의료기기 기업들이 지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렇듯 기업들의 불만이 이어지자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도 이에 대한 내부 조사에 들어가며 공론화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는 "이 문제를 인식하고 피해 기업들의 사례를 내부적으로 수집하고 있다"며 "기업들의 피해 사례를 종합해 필요하다면 공동 대응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중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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