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칼륨혈증은 혈액 내 혈청 칼륨 농도가 기준치 이상을 초과하는 경우로, 콩팥 기능에 이상이 없는 한, 일반적으로 자주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섭취한 칼륨의 90%가량이 콩팥을 통해 매우 효과적으로 몸 밖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성콩팥병 환자, 당뇨병 및 심부전 환자, 그리고 칼륨 보존 이뇨제나 특정혈압강하제 등을 복용하면 고칼륨혈증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특정 당뇨병 및 심부전에 만성콩팥병 치료제를 활용할수록 고칼륨혈증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만성콩팥병에 있어서 고칼륨혈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 불가결한 대표적 합병증이다.
문제는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한 치료제는 국내 임상현장에서 '그림의 떡'인 상황.
11일 신촌세브란스병원 유태현 교수(신장내과)와 여의도성모병원 정성진 교수(신장내과)를 만나 고칼륨혈증의 위험성과 치료 방법의 한계와 대안에 대해 들어봤다.
20년 된 치료법으로 버티는 임상현장
고칼륨혈증은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40~50% 높은 발생빈도로 생길 수 있으며, 당뇨병을 동반하였거나 'RAAS억제제(Renin-Angiotensin-Aldosterone System inhibitors)'를 복용하는 환자의 경우 특히 그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심장 및 신장질환 환자는 고칼륨혈증 위험이 증가하는데, 말기콩팥질환, 만성콩팥병, 급성신손상 등으로 인해 투석을 받고 있는 환자 중 최대 27%, 당뇨병 환자에서는 약 62%가 고칼륨혈증 발생위험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당뇨병과 심장 및 신장질환 환자 사이에서 '고칼륨혈증' 관리가 필수적이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유태현 교수는 "만성콩팥병 환자의 40~50% 정도에서 고칼륨혈증을 가지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는데, 진료 현장마다 다를 수 있다. 실제로는 만성콩팥병 환자의 30% 정도는 고칼륨혈증이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며 "특히 말기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많이 발생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태현 교수는 "만성콩팥병 환자 외에도 당뇨병 환자도 고칼륨혈증 고위험군으로 볼 수 있다"며 "만성콩팥병 원인의 약 50% 정도는 당뇨병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임상현장에서 고칼륨혈증 관리가 필요한 환자의 경우 우선적으로 식이조절로 칼륨 섭취를 제한하는 요법을 시도한다. 하지만 흔히 알려진 채소와 과일 위주의 건강식에 칼륨 함량이 높아 식이요법을 할 경우 환자는 균형 잡힌 식생활을 못하게 되는 문제가 생겨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
또 다른 방법은 칼륨을 의도적으로 배출시켜 혈청 칼륨 수치를 낮추는 칼륨 결합제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칼륨 결합제(PB, Potassium Binder)에는 CPS(칼슘 폴리스티렌 설포네이트, Calcium polystyrene sulfonate)와 SPS(나트륨 폴리스트렌 설포네이트, Sodium polystyrene sulfonate) 두 가지가 있다. 각각 칼슘과 나트륨을 통해 칼륨의 흡수를 방해하고 칼륨을 장에서 흡착시켜 배출하는 방법이다. 현재 고칼륨혈증을 갖고 있는 환자 대부분이 이 두 가지 치료 요법을 시행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유태현 교수는 "CPS와 SPS 요법은 약 20여 년 전부터 사용해 왔는데, 부작용은 명확하다"며 "장에서 흡착해서 칼륨을 배출하기 때문에 변비의 고통이 심하다. 그래서 환자 순응도가 매우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래 전부터 사용돼 왔지만 CPS와 SPS는 대규모 임상을 통해 고칼륨혈증 치료 효과를 증명한 치료제는 아니다"라며 "그동안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가 개발되거나 우리나라에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럼에도 경험적으로, 혹은 관행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함께 자리한 여의도성모병원 정성진 교수 역시 "글로벌에서도 CPS, SPS 모두 사용된다. SPS가 칼륨을 전환하는 효율이 더 좋다고 알려졌다"며 "다만, 위장 장애 부작용이 굉장히 크다. 심각한 위장관 부작용이 생기면 장 괴사가 올 수도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CPS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치료 딜레마 해결할 '대안' 필요
그렇다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고칼륨혈증 관리에 있어 CPS, SPS가 우선적으로 활용되고 있을까.
일단 신장학 분야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KDIGO(국제신장병가이드라인기구)에 따르면, CPS와 SPS, 새로운 치료제까지 포함해 우선적인 치료요법은 권고하지 않고 있다. 다만, 비교적 새로 개발된 치료제가 CPS, SPS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낮다고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 새롭게 개발된 고칼륨혈증 치료제를 꼽는다면 소듐 지르코늄 사이클로실리케이트(SZC, Sodium Zirconium Cyclosilicate)와 파티로머(Patiromer)를 꼽을 수 있다.
문제는 국내에는 허가조차 되지 않아 임상현장에서 활용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
정성진 교수는 "치료 환경은 각 국가마다 다르다. 때문에 글로벌 가이드라인인 KDIGO에서도 각 국가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도 OECD 가입 국가지만 SZC와 파티로머는 도입되지 않았다.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 아무리 강하게 권고를 해도 그림의 떡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KDIGO는 이런 각국의 상황을 고려해서 어떤 치료요법을 쓰라고 강하게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지금 사용되는 약들을 새로운 치료제로 바꿔야 한다. 이미 영국의 가이드라인에서는 작년 말에 업데이트하면서 SZC와 파티로머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추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신규 치료제 도입 논의가 지체될수록 임상현장에서는 만성콩팥병 치료제 활용에 제한이 될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활용되는 만성콩팥병 치료제의 부작용이 고칼륨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치료제가 도입된다면 만성콩팥병 환자를 더 적극적으로 치료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이 두 의료진의 생각이다.
정성진 교수는 "SZC는 CPS 및 SPS와 동일하게 칼륨을 흡착한다는 것은 똑같은데 부작용이 훨씬 적다. 환자 순응도가 올라가는 것"이라며 "순응도가 올라가면 RAAS억제제 등 여러 만성콩팥병 치료제를 최대 내약 용량까지 쓸 수 있다. 만성콩팥병 치료의 이득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고칼륨혈증 치료제는 환자의 운명을 결정하지 않더라도 운명을 결정하는 RAAS억제제나 MRA 같은 치료제를 최대 용량으로 쓸 수 있게 해주는 숨은 조력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임상현장에서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치료적 딜레마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유현태 교수는 "RAAS억제제는 고칼륨혈증 위험도를 감수하더라도 만성콩팥병 치료를 위해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치료제다. 관찰 연구를 해봤더니, RAAS억제제 등이 칼륨 수치를 높이는 위험도 있지만 그래도 최대한 고용량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밝혀졌다"며 "최근 당뇨병 동반 만성콩팥병 치료 신약도 나왔는데 고칼륨혈증이 대표적인 이상반응이다. 상호 영향 없이 칼륨 조절이 잘 되는 치료제가 있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평가했다.
정성진 교수는 "RAAS억제제 등 만성콩팥병 치료제는 콩팥 보호를 위한 치료제이지만 치명적인 부작용을 원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병주고 약준다'고 표현할 수도 있다"면서도 "우리나라는 신약 도입이 점점 늦어지고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너무 경제성 평가에만 매달리기 때문이라고 본다. 치료제의 효능 효과를 보면 빨리 도입하는게 전반적인 의료 질을 개선하는데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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