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 위고비와 동일 성분으로 당뇨병 치료제로 활용중인 오젬픽이 만성신장질환(CKD) 적응증을 추가로 획득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임상 현장에서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노보노디스크제약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세마글루타이드)' 적응증에 만성 신장질환을 추가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채택했다.
오젬픽의 경우 주 1회 투여하는 장기 지속형(Long-acting) GLP-1 주사제로 2형 당뇨병 조절이 충분하지 않은 성인에서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의 보조제로 단독 또는 다른 당뇨병 치료제와 병용 투여한다.
CHMP는 제2형 당뇨병을 동반한 만성 신장질환 환자 3533명을 대상으로 '오젬픽(1.0㎎)' 효과를 평가한 임상3상(FLOW)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번 결정을 내렸다.
구체적으로 오젬픽은 위약과 비교했을 때 신장질환 진행과 심혈관질환 및 신장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24%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차 평가변수에서 주요 심혈관계 사건 위험을 18% 줄이고,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도 20% 감소시켰다.
이를 바탕으로 노보노디스크는 내년 상반기까지 오젬픽의 적응증 확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노보노디스크 마틴 홀스트 랑게(Martin Holst Lange) 개발 담당 부사장은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약 40%가 만성 신장질환을 앓고 있다. 이에 대한 치료제가 필요하다"며 "이번 긍정적인 의견으로 오젬픽은 성인 제2형 당뇨병을 동반한 만성 신장질환 환자의 질환 위험 감소를 입증한 최초이자 유일한 GLP-1 수용체 작용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가운데 국내에서 오젬픽은 2022년 4월 2형 당뇨병 치료제로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은 바 있다.
다만, 노보노디스크는 지난해 건강보험 급여적용을 추진했지만 치료제 공급 문제와 맞물리면서 돌연 철회하기도 했다.
그 사이 동일 성분으로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국내에 정식 출시되면서 현재는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치료제 모두 국내에서는 비급여로 활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오젬픽 보다는 비만 치료제로서 위고비에 관심이 더 집중돼 있는 사실.
한국노보노디스크 측은 올해 위고비를 출시, 80여명에 달하는 자체 영업·마케팅 인력을 통해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 주도권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내년 상반기 노보노디스크의 전망대로 오젬픽이 당뇨병 동반 만성 신장질환 치료제로 영역을 확장, 국내에도 적용될 경우 임상현장의 활용도도 늘어날 전망이다. 내분비내과를 넘어 신장내과까지 처방 영역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급여라는 제한점으로 인해 적응증이 확대된다고 하더라도 처방 장애물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대한당뇨병학회 임원인 상급종합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오젬픽의 경우 국내 공급 이슈가 맞물리면서 급여 적용 추진이 철회됐었다. 문제는 비급여라는 걸림돌로 인해 환자 처방이 쉽지 않다는 점"이라며 "건강보험 재정의 제한으로 보험에서 100% 부담이 어렵다면 비급여가 아닌 50% 환자 부담금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2형 당뇨병 만성 신장질환 환자에게 활용 가능한 치료제가 늘어났지만 처방 선택지가 늘어날수록 임상현장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라며 "비만 치료제보다 당뇨병과 만성 신장질환 치료제로서의 존재감이 더 확실하다. 제도적인 개선 없이는 적응증이 확대된다고 하더라도 임상현장에서의 활용에는 제한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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