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보건의사가 소멸 위기에 놓인 가운데, 지원율을 높이기 위해 복무 기간을 줄여야 한다는 현장 요구가 나오고 있다. 공보의가 사라진다면 무의촌 의료 공백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다.
22일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기자 간담회를 열고, 공중보건의사 제도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복무 기간 단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대공협 이성환 회장은 공보의 제도의 핵심 목표는 의료취약지 보호에 있다고 강조하면서, 정부와 지자체의 무책임한 대응으로 제도가 존폐 위기에 처해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의대생들 사이에서 공보의 또는 군의관 복무 희망자 비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복무 기간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향후 1년간 현역 입대자가 7,000명에 이를 것이라는 게 대공협의 결론이다. 공보의는 물론 군의관 인력 확보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
반면 대공협은 공보의 복무 기간을 24개월로 단축할 시, 현역 입대를 원하는 의대생의 95%가 돌아올 것이라고 관측했다. 군의관과 공보의 제도를 동시에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복무 기간 단축이라는 주장이다.
훈련소 기간 복무 미산입 문제 역시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코로나19 당시 선배치 후 훈련한 사례 등, 공보의 업무는 훈련 시차 조정만으로도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공보의에 대한 부당한 인식과 보건복지부의 무책임한 태도도 문제로 꼬집었다.
이 회장은 "복지부는 공보의가 직무교육을 듣지 않고 도망갈 것이라며 언론 플레이하고, 날치기로 지침을 바꿨다. 이것이 지금 정부가 공보의를 대하는 자세"라며 "거듭된 문제 해결 촉구와 협회의 적극적 참여 의지 피력에도 복지부는 아직 제대로 연락이나 일정조차 잡은 부분이 없다. 수차례 복지부 담당 사무관과 소통해도 요지부동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자체의 책임도 함께 지적됐다. 다수의 지소가 일 평균 3명 이하의 환자만 진료함에도 의료 공백을 이유로 공보의 배치를 요구하는 등, 현행 보건지소 정책은 시대 변화를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 전국 1,200여 개 보건지소 중 절반 이상이 반경 4km 이내에 민간 의료기관이 존재해 공백이 없다는 것. 실질적인 의료 수요와는 무관하게 공보의 배치를 고수하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공보의의 낮은 인건비에 의존해 민간 의사를 고용하지 않으며, '공백'을 부풀리는 것이라는 비판이다. 또 민원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실효성이 낮은 시설을 유지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졌으며, 지자체 간 처우 개선 담합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또 대공협은 충남 논산, 부여, 전남 영암, 전북 진안 등 일부 지자체를 긍정 사례로 제시했다. 민간 의사 채용 또는 보건지소 기능 전환을 통해 능동적으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선도 사례가 오히려 다른 지자체들로부터 압박받는 구조여서, 이렇게 제도 개선을 저해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지자체는 공보의를 연봉 1,080만 원에 쓰는 꼴이다. 민간 의사를 고용하면 돈도 더 많이 들지만, 의사가 있다는 이유로 공중보건의사 배치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런 교착적 상황에서 어느 지자체가 민간 의사를 고용할지 의문"이라며 "대부분 보건의료기관에서의 '의료 공백'은 없지만, 지자체들이 달려드는 것은 경미한 민원 발생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잘하는 지자체의 주무관들을 '담합'으로 압박하는 일도 있다. 공보의 처우 개선이나 제도 개선을 위해 솔선수범하는 지자체에게 '너희가 그렇게 하면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하지 않느냐'라며 압박한다"며 "최선이 아닌 최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제도에 대해 '우리도 다른 곳에서 해주는 만큼 해준다'라고 말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이 회장은 전국 공보의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의 가장 깊고 외진 곳에서 근무하며 의료의 빈틈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들이 의료취약지를 마음 놓고 지킬 수 있게 제도 개선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심정지 환자를 거센 파도를 넘어 이송하고, 응급실을 홀로 지키며 밤을 새우고, 눈 덮인 겨울 마을을 지키는 공중보건의사들이 있다"며 "그러나 18개월 복무하는 현역 대신 37개월을 복무하고, 파견과 지침 개정, 진료장려금 동결까지 감내해야 하는 공보의를 택할 사람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공보의 제도를 책임지려는 주체도, 개선하려는 의지도 부족하다. 더욱이 내부의 담합으로 처우 개선이 지연되고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해결하지 못한다면 대공협에 권한을 달라. 공보의 제도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 책임을 스스로 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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