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여당·정부가 지역필수의사제를 9월 정기국회 중 처리하기로 하면서 관련 정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현재 진행 중인 시범사업의 실효성에 물음표가 찍히고 있다. 기존 의사를 아우르지 않는 정책은 실패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역필수의사제 시범사업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전문의 취득 5년 이내 젊은 의사를 대상으로 한 장기 근무 유인책이었지만, 실제 참여자는 절반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특히 산부인과 전문의를 한 명도 확보하지 못하는 등 가장 중요한 핵심 의료 분야 참여가 저조한 상황이다.
■ 미진한 지역의사 시범사업…현장 "정주 여건 때문"
이에 지역필수의사제가 법제화가 된다고 해도 시범사업의 한계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현장 우려가 나온다. 지금대로라면 오히려 지방 병원과 수도권 병원 간의 격차만 부각하고, 젊은 전문의들의 회피 심리만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가족 동반 정착을 뒷받침하는 정주 여건과 위험이 큰 진료과에 대한 별도 안전장치·보상체계 마련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단순한 재정 지원 제도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것.
제도의 한계는 공공의료 현장의 반응에서도 드러난다. 현재 지역의료원은 계속해서 인력난이 악화하는 상황인데, 이에 의료원장 등 경영진이 직접 구인에 나서는 등 의사 모으기에 혈안이 돼 있다. 하지만 단순히 급료를 올리거나 처우를 개선하는 등의 조치론 호응을 얻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한 지역의료원장은 "친분과 좋은 조건으로 의사 한 명을 어렵게 데려오기로 했지만, 정작 가족이 문화생활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반대해 결국 오지 못했다"며 "이처럼 지역 의료에서의 구인은 의사 개인의 처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주 여건 개선이 병행되지 않으면 제도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지역필수의사제로는 문제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단순한 지역 의사 배출이 아닌, 이들이 자리 잡을 제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는 제언이다. 차라리 은퇴 의사를 지역에서 고용하는 '시니어 의사 지원사업'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
의협 김성근 대변인은 "해당 법안은 완성되지도 않았을뿐더러 의료계는 물론 사회 전체와 논의가 제대로 진행된 법안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의사는 물론 다양한 보건의료 직군의 젊은 사람들이 거주, 생활할 수 있는 유인책이 필요하다. 지역 소멸 현상 관련한 정책과 맞물려 진행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의사제 도입을 통한 의사 배출은 한참 뒤의 일이다. 당장 지금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한가하게 10년 후를 얘기할 때가 아니다"라며 "더 중요한 것은 지역 의사 배출이 아니라 그들이 지역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반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여전히 부족한 핵심과 의사들 "지역 의료 문제 여전"
실제 지역필수의사제 시범사업은 96명 선발에 참여자는 56명으로 참여율이 저조하다. 경남은 목표 대비 80%를 채웠지만, 전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그마저도 산부인과는 전무했다. 정부가 제시한 물질적 인센티브만으론 고위험 진료과의 기피 현상을 뒤집지 못한 것.
정부는 정부와 지자체가 월 400만~500만 원의 수당과 주거·자녀 교육·연구비 지원 등을 제공하며, 최소 5년간 의무 근무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참여자 다수가 내과(27명)와 외과(10명) 등에 집중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외에 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 지원자는 5명, 신경과 4명, 심장혈관흉부외과·신경외과 각 2명에 그쳤다. 산부인과는 전무했다. 정부 목표와 달리 지역 분만 취약 문제, 아동 환자 수도권 전원, 골든타임 내 수술 불가 등의 문제가 여전한 것.
운영상 문제도 드러났다. 일부 지역은 세금 처리와 '네트 계약' 방식 때문에 급여 지급에 혼선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또 지자체별로 상이한 정주 여건을 반영하기 위한 시도별 계약서 작성·법률 자문 등으로 계약 완료에 다소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법제화 과정에서 강제 근무 조항이 헌법상 거주·직업 자유를 침해한다는 위헌 논란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협 역시 관련 법안에서 지역에 몇 년 이상 근무하지 않으면 면허를 취소한다는 규정은 위헌적이라고 비판했다.
■ 지역 의료계도 "실효성 없어"…기존 의사 지원 촉구
지역 의료계에서도 관련 시범사업이 현장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제도는 5년 차 미만 전문의만을 대상으로 하는 등 참여 폭이 지나치게 좁다는 이유에서다. 기존에 지역에서 근무하던 의사들도 빠져나가는 현실인데, 단순히 수당만으로는 의사 유입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
젊은 전문의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 경력 있는 의사까지 배제되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다. 지원 대상을 확대해 기존 지역 의사에게도 혜택을 주는 것과 함께, 의무 근무 연한 현실화, 생활·교육 환경 등 정부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구다. 또 의대생을 지역 병원 인턴십에 참여시키는 등 젊은 의사들의 지역 친화도를 높일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와 관련 전라남도의사회 최운창 회장은 "지금처럼 젊은 전문의 몇 명만을 대상으로 하면 실효성이 없다. 월 몇백만 원 수당에 5년 의무기간을 걸어놓고 누가 오겠느냐"며 "오히려 지역에서 이미 근무하고 있는 의사들이 떠나지 않도록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원 범위를 넓히고 의무기간을 현실화해야 제도가 작동한다"며 "또 의대생이나 전공의 시절부터 방학 중 인턴십을 통해 지역 병원과 호흡할 기회를 주면 장기적으로 정주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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