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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라면 까? 설득의 구조 없인 정책도 없어"

발행날짜: 2025-11-17 05:00:00

의약학술팀 최선 기자

의대 증원 문제를 둘러싸고 촉발된 의정 갈등이 '표면적으로' 봉합됐다. 남은 문제는 앞으로의 정책. 의견을 어떻게 취합하고, 근거를 반영하며, 정책을 추진·평가하고 사후 보완할지에 대한 거버넌스 체계 확립이 숙제로 남았다. 이번엔 의대 증원이 기폭제 역할을 했을 뿐 정부와 의료계의 의료 정책에 대한 이견과 반목의 역사는 뿌리가 깊다.

누구나 납득할 만한 정책 추진의 당위성과 설득력을 제공하는 거버넌스 구조가 없다면 아젠다만 달라질 뿐 의정 갈등의 재방영은 불보듯 뻔하다. 더 이상 "까라면 까"라는 식의 윽박지르기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건 이번 사태에서 확인한 바다.

다양한 학회들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의료 정책의 기조 변화 및 일방적인 탑다운 방식을 꼬집으며 거버넌스 구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실제 학회들도 그런 거버넌스를 갖추고 있었는지는 의문이 뒤따랐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취재했던 대한마취통증의학회의 사례는 귀감이 될만하다. 바로 학회 차원에서 근거 기반의 운영 원칙과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 즉 '거버넌스의 모범'을 타 학회와의 차별화 요소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설문을 통해 구성원의 의견을 수집하고 이를 객관적인 근거로 만들면 이는 회무 추진의 설득력이자 추진력이 된다. 해당 학회는 재무 구조 개선이나 회비 운영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그냥 임원들이 정했으니 하자"는 방식 대신 내부 설문을 통해 설득의 근거를 만들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평의원회 구조 역시 당연직 평의원의 임기 연임 제한을 걸어 다양한 구성원들을 포용한 것도 눈여겨 볼 부분. 다양한 구성원들이 시스템 안에 들어와 각자의 의견과 생각을 표출하도록 제도화했다. 실제로 이같은 제한 규정은 평의원회가 젊어지고 여성 비율이 증가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학회는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포용성(Inclusion)'이라는 DEI 기조를 갖추려고 노력한다고도 했다. 성별, 인종, 배경 등에 관계없이 모든 구성원이 공정하게 대우받고 가치 있다고 느끼도록 하는 기조로 탑다운이 아니라 바텀업 방식으로 의견이 취합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것. 이른 바 "까라면 까"가 아닌 "하고 싶으니 하자"인 셈이다.

이 정도면 학회가 먼저 모범을 보였다는 평이 아깝지 않다. 적어도 정책의 시행 주체가 될 의사들의 의견을 수집하고 이를 객관적인 근거로 만들어 설득하는 자세가 있어야 추진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건 정부가 배워야 할 오래된 교훈이다. 설득의 구조와 과정이 없다면 정책도 없다.

정책 추진의 핵심은 더 이상 윽박지르기 방식이 아니라, 거버넌스와 근거 기반의 설득 구조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의사들의 의견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이를 객관적 근거로 정책에 반영하며, 다양성과 형평성을 담보로 한 포용적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필수 조건이자, 반복되는 의정 갈등의 예방 주사다.

최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공공의료 강화가 주요 화두로 부상한 것을 보며 기시감, 아니 '익숙한 불안감'부터 느껴졌다. 지역·필수의료 공백에 대한 의원들의 지적에 정부는 의대 신설 및 지역의사제 카드에서 더 나아가 생경한 공공의료 사관학교까지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과연 의정 갈등 시즌2, 시즌3의 기폭제는 무엇이 될 것인가. 확실한 건 하나다. 설득의 구조 없인 정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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