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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만 파는 시대 끝났다"…성장호르몬, '디지털'로 2라운드

발행날짜: 2026-03-09 12:09:35

한국머크 '그로우젠' 출시…실시간 투약 모니터링으로 순응도 공략
LG화학·동아에스티 수성 속 '디지털 케어' 처방권 향방 가를까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소위 '키 크는 주사'로 불리며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인 성장호르몬 주사제 시장이 이제 단순한 '제품력' 싸움을 넘어 '환자 관리 시스템' 경쟁으로 2라운드에 진입했다.

그동안 제약사들이 주 1회 제형이나 편의성을 개선한 펜 타입 디바이스로 승부했다면, 이제는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을 활용해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토탈 케어' 모델이 시장 점유율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머크 헬스케어는 성장호르몬 치료제 '싸이젠'의 투약 주기 관리를 지원하는 '그로우젠 커넥트'를 지난달 국내 출시했다.

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머크 헬스케는 성장호르몬 치료제 '싸이젠(SAIZEN)'의 투약 주기 관리를 지원하는 의료진용 디지털 플랫폼 '그로우젠 커넥트(Growzen™ Connect)'를 국내에 본격 출시했다.

기존에 환자와 보호자가 사용하던 '그로우젠 버디' 앱에 이어 의료진 전용 플랫폼까지 갖추면서, 이른바 '그로우젠 시스템'이라는 디지털 생태계를 완성한 셈이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머크의 전자 자동화 투약 디바이스인 '이지포드(Easypod)'와 연동된다는 점이다. 환자가 주사를 맞으면 날짜, 시간, 용량이 자동으로 기록되고, 이 데이터가 의료진에게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그동안 환자나 보호자의 '기억'에만 의존해 투약 여부를 확인해야 했던 임상 현장의 한계를 디지털 기술로 극복했다는 평가다.

의료진은 병원 밖에서도 환자의 투약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며 순응도가 떨어지는 환자에게 조기 개입할 수 있고, 이는 곧 치료 결과의 향상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해외 연구에 따르면 디지털 시스템을 활용한 환자군이 일반 펜 주사기 사용군보다 키 성장 지표(HSDS)에서 유의미한 개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소아내분비학회장 강동경희대병원 심계식 교수는 "현재 임상 현장에서 사용되는 성장호르몬 치료제들의 경우 성분이 동일하기 때문에, 치료제 자체보다 환자가 치료를 얼마나 꾸준히 유지하느냐가 치료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심계식 교수는 "데이터에 기반한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활용은 환자의 치료 지속성을 높이는 동시에 의료진에게도 치료 진행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게 함으로써 환자 맞춤형 치료를 가능하게 하고, 장기 치료가 필요한 성장호르몬 치료에서 효과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할 것"고 기대했다.

국내사들도 '앱' 고도화 열풍

사실 이 같은 흐름은 비단 머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시장 점유율 선두를 다투는 국내 제약사들도 환자 관리 시스템 고도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유트로핀'으로 시장 리더 자리를 지키고 있는 LG화학은 전용 앱 '유디(EuDi)'를 통해 스마트케이스 기반의 자동 기록 시스템을 일찍이 도입했다. 동아에스티 역시 '그로트로핀-Ⅱ'의 디지털 기능을 강화하며 데이터 기반의 관리 플랫폼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약업계가 이처럼 환자 관리 플랫폼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성장호르몬 치료의 특성 때문이다. 최소 수년간 매일 투여해야 하는 특성상, 중간에 포기하지 않도록 돕는 서비스가 제품 선택의 결정적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의료현장에서는 이러한 디지털 플랫폼 경쟁이 향후 처방권 향방을 가를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성장호르몬 시장은 비급여 처방 비중이 높고, 제품 간 효능 차이가 크지 않다는 인식이 있어 제약사들의 마케팅 경쟁이 매우 치열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 관리 시스템'은 의료진에게는 진료 편의성을, 환자에게는 맞춤형 케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강력한 차별화 요소가 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청과 원장은 "성장호르몬 시장의 경우 제약사의 경쟁 과열로 비급여 시장이 고점을 찍은 후 하향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적지 않지만 그 규모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환자와 보호자들이 지속적으로 제품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시스템이 마련된 것이다. 성장호르몬 시장으로 이어지는 의료기관 생태계가 정착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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