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허성규 기자] 자기주식 의무 소각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에도 국내 제약업계 상당수는 자사주를 당장 처분·소각하기보다 보유하며 관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법적 소각 시한에 아직 여유가 있는 만큼, 내년 주주총회까지 경영상 목적의 활용 가능성을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25일 메디칼타임즈가 2026년 상반기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상장 제약기업 45곳(연결·별도 반기 매출 1000억 원 이상 의료용 물질 및 의약품 제조업체)의 자사주 보유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자사주 비중을 축소한 기업은 18개사에 그쳤다.
반면, 자사주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추가 취득해 보유 비중을 확대한 기업은 20개사로, 축소 기업보다 많았다. 나머지 7개사는 지난해와 올해 모두 자사주를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결과가 눈길을 끄는 것은 상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된 이후 일부 기업들이 자사주를 선제적으로 처분하거나 소각해온 흐름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상법 개정 논의가 구체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자사주 처분과 소각에 잇따라 나섰다. 일부 기업은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 발행을 통해 자사주 처분과 자금 조달을 동시에 추진했다. 이 같은 움직임이 확산하자 금융당국도 제도 보완에 나섰다. 이에 기업들은 교환사채 발행 외에도 기업 간 주식 교환, 소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사주 정리 행보를 이어갔다.
실제 자사주를 크게 줄인 제약기업 상당수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 같은 방식으로 보유 물량을 처분했다.
광동제약은 전체 발행주식의 25.1%에 해당하는 자사주 1,314만 239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일부를 활용한 교환사채 발행을 추진했으나 철회했고, 이후 타 기업과의 주식 교환 등을 통해 자사주 상당 부분을 처분하는 한편 일부는 소각했다.
제일약품은 보유하고 있던 13만 주를 올해 초 공장 증축 및 설비투자 자금 조달을 위해 전량 처분했다. 셀트리온과 유한양행, 셀트리온제약 등은 자사주 소각에 나섰다.
여기에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삼진제약, 환인제약, 현대약품, 경동제약, 휴온스, 하나제약, 신풍제약 등도 자사주를 큰 폭으로 줄였다. 이들 기업은 자금 조달과 주식 교환, 소각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사주를 처분하거나 줄였다.
그러나 이런 흐름 속에서도 전체 45개사 가운데 20개사가 자사주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보유 비중을 확대한 것은 향후 활용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법적 소각 기한까지 아직 일정 기간이 남아 있다는 점도 관망세의 배경으로 꼽힌다. 당장 소각하기보다 임직원 보상이나 기타 경영상 목적에 자사주를 활용할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내년 정기주총까지 상황을 지켜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제약·바이오 업계는 연구개발(R&D)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한 만큼 자사주를 임직원 보상 수단으로 활용할 유인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분석이다.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나 스톡옵션 등 장기 인센티브를 통해 핵심 인력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데 자사주가 활용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자사주 보유 비중을 확대한 기업 가운데에는 임직원 보상 등을 목적으로 추가 취득에 나선 사례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자사주 활용 여부는 주주들의 요구와도 맞물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자사주를 주주가치 제고 수단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커지면서, 자사주를 보유한 기업을 향해 구체적인 활용 목적과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는 분위기다.
결국 내년 정기주총은 각 제약사가 자사주를 임직원 보상 등 경영상 목적에 활용할지, 아니면 주주들의 소각 요구를 수용할지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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