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고령층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패러다임을 '접종률' 중심에서 '실질적 보호 효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주요 글로벌 제약사들의 고면역원성 백신의 국가예방접종사업(NIP) 적용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정책적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부족한 국내 근거 데이터와 행정적 절차 등을 이유로 신중론을 고수하는 양상이다.

고면역원성 백신… 제약업계 '기대감'
그동안 국내 65세 이상 고령층의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률은 80%를 상회하며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해 왔다. 그러나 고령층은 면역노화(Immunosenescence) 현상으로 인해 기존 표준용량 백신의 실제 예방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국내 연구에 따르면 고령층의 인플루엔자 백신 예방 효과는 20% 미만에 그치는 수준이며, 이로 인해 전체 독감 입원 환자의 약 70%, 사망자의 80% 이상이 고령층에 집중되는 고질적인 '질병 부담'을 낳고 있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항원 함량을 4배 높인 고용량 백신이나 면역증강제를 포함한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미 미국(CDC), 독일(STIKO) 등 주요 선진국들은 65세 이상 고령층에게 고용량·면역증강 백신을 우선 권고하고 있으며, 대만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도 도입을 본격화한 상태다.
현재 국내에서도 주요 고면역원성 백신이 임상현장에 공급되고 있다. 사노피 에플루엘다와 CSL시퀴러스 플루아드쿼드가 대표적이다.
사노피와 CSL시퀴러스는 각각 휴온스와 삼진제약과 손을 잡고 임상현장을 공략 중인 가운데 관련 제약사들 입장에서도 NIP 진입 여부가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해서 필수적인 상황이다.
특히 이러한 움직임은 대한노인회(회장 이중근)가 지난 7월 질병관리청을 직접 찾아 만 75세 이상 고령층 대상 고면역원성 백신 NIP의 조속한 도입을 촉구하면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지난 6·3 지방선거 당시 여야 공약 반영으로 이어졌고, 질병청이 지난 7월 16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하반기 핵심 추진과제로 '만 75세 이상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 전환 검토'를 공식화하는 기폭제가 됐다.
"필요성 공감하지만, 당장 도입은 한계"
하지만 정책적 드라이브와 제약업계의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방역 당국은 막상 실무 추진 과정에서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통령 질병청 의료안전예방국장은 최근 국회 토론회 등에서 고면역원성 백신 도입의 방향성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단기적인 즉각 도입에는 신중한 의견을 내놨다.
정 국장은 "독감이 작년에 최고로 많이 유행하면서, 유행 정점에서 의료시스템에 미치는 부하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모니터링 해왔다"며 "유행 규모를 적절한 수준으로 잘 관리하는 것 또한 중요한 정책 목표 중 하나이기 때문에 예방접종의 중요성이 굉장히 크다"고 밝혔다.
이어 "예방효과가 다소 낮다고 해서 정책적으로 필요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입원 환자 급증으로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을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의료 부하(버든)를 안정적인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라도 효과 있는 백신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만, 부족한 국내 근거 데이터, 예산 및 재정 여건, 체계적인 법제화 절차 등을 이유로 들며 신속하게 고민하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정 국장은 "지난 8월 대통령 업무보고 당시 해외에서 시행 중인 예방접종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보고했고, 그 내용에는 HPV와 PCV, 그리고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며 "앞으로 집중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조건과 상황이 만들어진 만큼, 신속하고 빠른 시일 내에 도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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