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GLP-1 계열 비만치료제에 대한 동일성분 중복 처방 경고가 발생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처방이 유지된 사례가 2년여간 7만 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실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구체적으로 2024년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비만치료제 동일성분 중복 처방 경고 후 처방이 유지된 사례는 총 7만 18건이다.

DUR은 환자가 다른 의료기관에서 처방받은 동일성분 의약품의 투여 기간이 겹치면 처방 화면에 경고를 띄우는 제도다. 하지만 이 경고는 정보 제공 수준에 그쳐 의사가 처방을 유지하면 환자는 동일성분 의약품을 다시 처방받을 수 있다.
실제 동일성분 중복 경고 이후 처방이 유지된 건수는 2025년 3만 1164건에서 올해 8월 기준 3만 8466건으로 급증했다. 이는 8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건수를 23.4% 넘어선 수치다. 관련 환자 수 역시 지난해 2만 4742명에서 올해 1~8월 3만 1597명으로 늘었다.
성분별로 보면 세마글루티드(위고비)는 2025년 2만 7420건, 올해 1~8월 1만 5101건으로 집계됐다. 반면 터제파타이드(마운자로)는 지난해 3332건에서 올해 1~8월 2만 3321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문제는 성분이 다른 비만치료제 간 중복 처방은 경고조차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DUR 효능군 중복 점검 대상에 비만치료제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위고비 투여 환자가 다른 의료기관에서 마운자로를 처방받아도 중복 사용 경고가 울리지 않으며, 관련 처방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는 실정이다.
여러 의료기관을 돌며 반복적으로 약을 처방받는 환자를 가려내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의원실은 동일성분 중복처방 환자가 몇 곳의 의료기관을 이용했는지 자료를 요구했지만, 심평원은 해당 구분을 산출할 수 없다고 밝혔다는 것.
서영석 의원은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지만, 과도한 투여에 따른 부작용 위험이 있고 중복 투여의 안전성도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며 "여러 의료기관에서 투여기간이 겹치도록 반복 처방받을 수 있다면 약물 오남용은 물론 불법 중고거래를 통한 유통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는 만큼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만치료제 처방이 급증하는 만큼 DUR의 효능군 중복 점검 대상에 비만치료제를 포함하고, 동일성분 중복 경고에도 처방을 유지하는 경우에는 그 사유를 기록하도록 해야 한다"며 "반복적으로 중복 처방받는 환자를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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