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회비를 5년간 완납하지 않은 의사에 대해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제한토록 한 의협 선거관리규정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채현 의협 대의원회 의장이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이 문제를 불공정하게 처리했다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어 내홍이 쉽게 수습되지 않을 전망이다.
의협 대의원회 법령 및 정관심의분과위원회는 23일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전공의협의회와 인천시의사회가 안건으로 제출한 현행 의협 선거관리규정상 선거권, 피선거권 제한 규정 개정안을 심의했다.
의협 선거관리규정에 따르면 입회비와 선거 당해년도를 제외한 최근 5년간 (입회한지 5년 미만인 경우 입회한 기간) 연회비를 완납하지 않은 회원은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이에 대해 전공의협의회는 선거 당해연도 의사면허 취득자에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고, 인천시의사회는 선거제한 완전철폐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분과위원회는 논의 끝에 신규 의사회원에게 선거권을 부여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선거일정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대의원회 의장단과 집행부에 재검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인천시의사회가 제출한 선거제한 완전 철폐안도 찬반 의견이 갈렸고, 표결 끝에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김세헌 경기대의원은 분과위원회 직후 열린 본회의에서 선거권 제한을 회비 미납 5년에서 3년으로 완화하자는 안을 긴급안건으로 논의할 것을 제안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채현 의장은 “분과위원회에서 부결된 안건은 본회의에서 다시 논의하지 않는다”며 이를 채택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김 대의원은 분과위에서는 선거권 제한 완전 철폐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기로 결정했을 뿐이며, 3년 완화안은 부결안과 다르다며 공론화를 강력히 요구했다.
분과위원회 회의록에도 선거제한 완전 철폐안에 대해서만 부결시켰다고 적혀 있다. 여기에다 이 의장은 스스로도 “분과위원회에서 논의하지 않은 안은 본회의 긴급안건으로 상정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서둘러 본회의 폐회를 선언해 개운치 않은 여운을 남겼다.
대의원총회에서 이 문제가 봉합됐지만 이채현 의장의 회의 진행 방식에 대한 비판과 재논의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주수호 전 의협 대변인은 24일 이채현 대의원 의장에게 보낸 공개질의서를 통해 회의 진행의 불공정성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임시총회 개최를 요구했다.
그는 “이 의장의 회의 진행은 공정성과 형평성이 발휘되기보다 의도대로 회의를 몰고 간 것이 역력해 보였다”면서 “의장께서 의협회장 선출 방법을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회귀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해 주고, 이 의장이 정관심의분과위에서 선거규정 개정안 무산을 주도하면서 본회의를 주관한 것이 공정성과 형평성을 저해한 게 아니냐며 이에 대한 답변과 임시총회 개최를 요청했다.
이와 함께 주 전 대변인은 “회장 선거권 관련 조항은 참정권에 해당하는 회원의 기본권에 대한 과도한 기본권 침해”라면서 “조속한 시일 안에 선거관리 규정을 개정해 달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의장이 공개적으로 답변을 할 때까지 매일 한차례씩 의협 홈페이지 게시판에 공개질의서를 올리겠다”고 압박해 선거권 제한 찬반 논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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