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광고나 병의원 홈페이지 등에서 엘리트 의사 이미지로 동양인 의사보다 금발의 백인 의사 이미지가 만연하고 있어 자칫 동양인 의사는 백인 의사보다 실력이 뒤쳐진다는 인식확산이 우려된다.
최근 국내 유력 건설기업인 P사에 따르면 미래형 거주공간 등을 홍보하는 CF를 제작하면서 '국내 최고 의료진의 원격진료'를 부각시키기 위해 금발의 백인 의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장면을 삽입했다.
국내 거주하지도 않는 백인 의사들의 영상을 CF에 삽입한 이유는 단지 동양인 의사보다 서양인 의사가 더 기술적으로 뛰어나다는 막연한 잠재의식 때문이다.
광고 기획사 관계자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영상의 컨셉을 맞추다 보니 동양인 의사들 보다 서양인 의사들이 좀 더 세련되고 엘리트적인 모양세를 갖춘 것으로 판단해 연출한 장면"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의사와 같은 전문가적 광고 이미지는 동양인 보다 서양인 모델을 쓰는 관행이 있다"면서 "일반적으로 국민들은 전문가적 요소는 동양인보다 서양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TV광고 뿐만 아니라 일반 병의원 관련 홈페이지에서도 금발의 서양의사 이미지를 선호하는 경향은 극명히 드러나고 있다.
특히 성형외과와 피부과 등 미적 요소를 추구하는 진료과목 등에서 특정 치료에 대한 설명시 외국인 모델과 서양의사 이미지의 사용이 빈번한 상황이다.
병의원 전문 홈페이지 제작을 하고 있는 D사의 웹디자이너는 "의사들도 역시 고급스러운 홈페이지 이미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의사 이미지 DB에 서양의사 이미지는 많지만 동양인 의사 이미지는 거의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이명천 교수 등의 '상업용 웹사이트에 활용된 광고모델의 의도적 비의도적 효과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타인종 광고모델이 산출하는 설득효과는 소비자의 인종적 정체성이나 주변상황 그리고 성별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다인종 국가인 미국의 경우 수용자와 인종적으로 상이한 커뮤니케이터가 수용자와 인종적으로 동일한 광고모델이나 언어 문화상징 등을 의도적으로 사용할 때 설득효과가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서구에서 근대화를 수입한 우리나라의 경우 근대화는 곧 서구화로, 서구화란 곧 백인 코카시안의 헤게모니를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되기에 한국의 소비자들은 국내 모델보다는 외국인 모델을 더 선호하기 쉽다고 논문은 기술했다. 낯선 접근방식이 사람들로부터 더 호의적 반응을 불러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미 국내에서는 잡지와 의상 모델로 백인 이미지를 사용할 경우 그 수용자들에게 백인에 대한 인종적 우월성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이와 관련 대개협 관계자는 "의료시장 개방을 앞두고 외국의 의사를 선호하는 이미지를 계속해서 사용한다면 이는 국내 의사들에게 잠재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대한개원의협의회는 홈페이지를 제작하면서 메인화면에 일반 회원들의 모습을 담은 이미지를 사용해 화제가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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