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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은 다 떠나고 우리만 남았습니다”

안창욱
발행날짜: 2005-05-03 12:31:30

저출산 공청회 여야 대거 참석...인사말 무섭게 전원 퇴장

저출산 고령화사회에 따른 국가적 대책마련이 시급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여야 정치인들이 여론수렴보다 얼굴 알리기에만 급급한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 저출산·고령화 T/F(팀장 안명옥 의원)가 주최하고 대한신생아학회(회장 문수지)가 주관한 ‘저출산 사회에서 신생아 의료의 현황과 대책’ 공청회가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공청회장에는 한나라당에서 강재섭 원내대표와 맹형규 정책위의장, 안명옥 의원, 최구식 의원이 참석했고, 여당에서도 저출산ㆍ고령화 대책 T/F 팀장을 맡고 있는 김명자 의원이 자리를 같이 했다.

여야 저출산 고령화 대책 책임자들이 모두 참석함에 따라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란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고, 분위기도 고무됐다.

또 이들 여야 의원들은 격려사를 통해 저출산과 신생아 진료 대책이 시급하다고 하나 같이 입을 모으고, 공청회에서 제시된 고견을 정책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오래가지 않았다. 여야 의원들은 격려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속속 자리를 떠 공청회 맥이 빠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열린우리당 김명자 의원은 T/F 팀장을 맡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준비를 해 오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 용기까지 보였다.

그러자 공청회에서는 뼈있는 말들이 쏟아졌다.

한국평가연구원 김기찬 원장은 ‘저출산 시대에서 신생아 의료의 현황과 문제점-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는가’란 주제발표에 앞서 “여야 정치인들이 강연을 들어야 하는데 다 나가버렸다”고 꼬집었다.

그는 “원래 40분간 강의를 해야 하는데 여야 의원들이 인사말을 하느라 시간을 다 뺏어 빨리 빨리 진행 하겠다”며 정치인들이 얼굴만 비추고 정책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행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사회자는 주제발표가 끝난 뒤 여야 의원들이 한명도 남아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하면서 “정치인들은 다 빠져나가고 결국 우리만 남았습니다”고 말해 폭소를 터져 나왔다.

정치인들과 이들을 제외한 공청회 참석자들은 서로 다른 목적을 위해 잠시 자리를 같이 한 셈이다.

특히 이날 공청회에서 김기찬 원장은 신생아실 환자 1인당 병원 적자가 약 370만원에 달하고 의사 진찰료 가치가 350원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 발표했고, 연세의대 이철(소아과학) 교수 역시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문했지만 정착 이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정책 입안자들은 또다른 인사말을 하기 위해 자리를 비워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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