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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만원 '의대생 대출' 주식투자로 날려

발행날짜: 2005-11-29 08:09:07

은행권, '간판' 만으로 수천만원 대출해주고 "나몰라라"

일부 의대생들이 의대생의 신분을 이용, 거액의 자금을 대출 받아 다단계 및 주식투자 등으로 탕진한 후 아르바이트 등으로 대출이자를 갚아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일선 은행들은 의대생이라는 '간판'만 믿고 계속해서 무턱대고 거액의 자금을 빌려주고 있고 책임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의 한 의대에 재학중인 P씨는 작년 재미삼아 시작된 주식에 점차 빠져들면서 총 1800만원의 자금을 대출 받아 주식에 투자해 거의 모든 금액을 탕진했다.

"처음에는 그 정도 금액을 날릴 줄은 몰랐습니다. 젊은 시절 경험이다 생각하고 시작했고 돈 욕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죠. 원금이 깎여나가자 조금씩 조금씩 대출을 받다 보니 제가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 돼있었던거죠"

K씨는 이제 본과 4년생, 수입이라곤 한 달에 부모님께 받아쓰는 40만원의 용돈이 전부인 그에게 은행이 대출해준 돈은 무려 1800여만원에 이른다.

그는 일체의 보증없이 수천만원의 돈을 빌릴 수 있었다고 말한다.

K씨는 "대출을 받은 적이 있는 선배의 조언에 돈을 빌렸다"며 "재학증명서와 주민등록 등본 외에는 다른 서류는 제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본과4학년으로 국시준비에 여념이 없지만 없는 시간을 쪼개 과외를 하며 이자를 갚아나가고 있다.

K씨는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자를 갚아나가는 것 뿐"이라며 "졸업 후에는 공보의로 재직하며 원금을 갚아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경우가 비단 자신뿐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아는 동료 중에는 대출을 받아 다단계에 투자해 원금에 큰 손실을 본 사람도 있다"며 "타 의대에도 이런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의견을 내놨다.

실제로 국내 대형 포털사이트에 '의대생 대출'이라는 단어를 치면 의대생들이 질문한 대출에 관련된 수많은 질문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이 '얼마의 금액을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과 '몇 학년 때부터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뤘으며 질문 중에는 이제 갓 입학한 새내기 의학도들도 다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K씨는 "대부분 나와 같은 경우일 것"이라며 "대부분 정말로 학자금이 필요해서 대출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피력했다.

이와 관련 일선의 은행들은 의대생들이 자신의 신용을 바탕으로 자금을 대출한 만큼 사용 및 상환은 전적으로 채무자인 의대생에게 있을 뿐 은행에게 책임을 돌려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의대생 대출을 실시하고 있는 K은행 관계자는 "의대생은 타 대학생과 달리 졸업 후 확실한 직장이 보장돼 추심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출금이 나갈 수 있는 것"이라며 "향후 의사라는 사회적 지위가 보장되기 때문에 미래 우량고객을 유치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출금이 어떻게 쓰여지는가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채무자의 권리"라며 "대출금을 '이렇게는 사용하지 마세요'라고 일일이 참견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의대생 대출을 하고 있는 또 다른 은행인 H은행 관계자는 "흔히 얘기하는 '빵구' 즉 불량채무자가 의대생 대출에서는 현저히 적게 나타난다"며 "그만큼의 신용이 바탕이 되기 때문에 많은 금액이 대출될 수 있는 것"이라고 대출이유를 얘기했다.

그는 이어 "학생신분에게 1-2천만원의 돈은 분명히 많은 돈인 것은 인정하다"며 "하지만 '곧 의사가 될 신분'에게 솔직히 1-2천만원은 그리 큰돈이 아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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