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응급의료체계에 심각한 구멍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응급환자 10명 중 8명이 제대로 된 구급처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일반차량으로 의료기관에 이송되고 있는가 하면, 일부 응급의료센터의 경우 인력 및 시설, 장비 등도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이신호 박사 등은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응급환자진료정보망을 통해 2003년부터 2006년까지 4개년간의 자료를 이용해 응급실 이용환자들의 현황을 파악, 그 결과를 17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응급실을 이용한 환자들의 63%만이 응급증상으로 내원하고, 32%의 환자들은 비응급증상으로 응급실을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응급실을 이용하는 응급환자 중 80%가 비구급차를 이용했으며, 119구급차를 이용한 환자는 전체의 12%, 병원 구급차를 이용한 환자는 전체의 5%에 그쳤다.
이 박사팀은 "비응급환자들의 응급실 이용이 높은 것은 우리나라 응급의료의 문제점으로써, 비응급환자들의 응급병상 점유로 인해 응급증상의 환자들이 정확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응급환자의 이송체계가 확실하게 구축되지 못해 이처럼 비구급차의 이용률이 높은 것"이라면서 "이 경우 응급환자들은 이송 중에 제대로 된 처치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그 결과 예방가능사망률이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응급의료기관 별도 평가 전무…사후관리 미비 제 기능 못해
이 밖에 응급의료센터에 대한 사후관리가 미비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 박사팀에 따르면 2006년 현재 전국 응급의료기관은 중앙응급의료센터 1개소, 권역응급의료센터 16개소, 전문응급의료센터 4개소, 지역응급의료센터 100개소, 지역응급의료기관 319개소 등 총 440개소.
이들은 "이는 중증응급환자의 수요를 고려할 때 많다고 할 수 있다"면서 "응급의료센터의 수가 수요에 비해 많을 경우 증증 응급환자가 분산되기 때문에 응급환자 진료에 대한 질적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응급의료기관 지정 후 별도의 평가체계 등 사후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어 기관의 질향상 노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 더 큰 문제.
이 박사팀은 "응급의료센터는 지나치게 많은 반면 중증응급환자를 진료할 만한 인력, 시설, 장비를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지정기관간에도 질적 수준의 차이가 커서 일부 기관에서는 응급화자의 수요 및 질적 수준에서 적절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울러 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된 후에는 별도의 평가체계가 없어 응급의료기관에 대한 사후관리가 전무한 실정"이라면서 "효율적인 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진료실적 및 내용, 결과 등을 평가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이를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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