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산별교섭이 매년 벼랑끝 협상 방식으로 흐르면서, 산별교섭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극한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보건의료산업사용자협의회와 보건의료노조가 산별교섭을 처음 시작한 날은 지난 4월.
하지만 노무사 교섭 참여, 필수유지업무 협정 체결 등의 현안으로 양측은 갈등을 벌여오다 노조의 요구안을 두고 그나마 진전된 협상이 시작된 날은 지난 22일이 처음이었다. 무려 3개월 만의 일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일이 아니다. 2004년부터 시작된 병원 산별교섭은 파업을 앞둔 벼랑끝 협상이라는 틀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병원 사용자는 산별교섭 초기부터 노조를 자극했다. 노조가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노무사를 협상장에 앉혔고, 핵심현안에 대한 입장 내놓기를 꺼렸다.
노조 역시 "책임있는 교섭 대표가 나서라"며 노무사와의 협상을 극렬히 반대했다.
이러한 대립은 병원 산별교섭에 대한 사용자와 노조측의 시각을 반영하고, 이 시각에 따른 협상 전략에 기인한다.
병원 사용자의 시각은 산별교섭 역시 기존의 개별 병원 협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다. 산별교섭의 의제가 사회적, 정치적인 부문으로 확장되는 것에도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병원 사용자측 관계자는 "노조가 이런 저런 요구안을 내놓아도 결국 임금과 근무조건이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의료민영화 반대와 같은 요구안은 대외적 명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결국 산별교섭을 통한 보건의료산업 전체의 발전이라는 취지보다는 노조의 핵심 요구안이라고 판단하는 '근로조건'의 문제를 풀려다 보니 사용자측에서는 벼랑끝 협상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산별교섭 도입을 주장한 보건의료노조 역시 사용자측의 산별교섭 대의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책임이 있다.
실제로 산별교섭에서 노조의 태도는 근로조건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교섭에서 노조는 임금의 일부분을 양보해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에 투입하는 협상을 이뤄내는 성과도 물론 있었지만, 여전히 임금만 해결하면 다른 요구안 다 정리될 수 있다는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올해 교섭에서도 영리병원 반대, 미국산 쇠고기 사용 금지 등을 내세웠고 산별협약을 통한 최저임금제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관철할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다.
병원 사용자측에서는 산별교섭의 명분들이 일종의 협상카드로 보인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노사가 충분한 교섭을 진행해야, 임금 뿐 아니라 여러 산별교섭의 취지를 살리는 내용까지 논의할 수 있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사용자가 산별교섭에 참여해 병원계 발전을 위해 논의할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결국 노사의 신뢰가 전제되지 않는 산별교섭은 파업 직전의 벼랑끝 협상을 벗어나지 못한 채, 노조원, 병원 사용자뿐 아니라 국민이 지치는 협상으로 흐를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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