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의 샴쌍동이 분리수술로 갑자기 싱가폴의 민간병원 래플즈 병원과 싱가폴의 독특한 의료체계, 동북아 의료허브에 대한 의욕등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례적으로 조선일보에서는 최근 일주일간 세 차례에 걸쳐 1면에 기획기사를 실었고 후속타로 25일자 기자수첩으로 ‘의료강국으로 가는 길’이라는 박스기사로 마무리를 하는 등 민첩한 기동력을 과시하였다.
이번 기획기사를 통해 한국 의료체계에서 병원의 어려운 점등이 다시금 부각되며 우리도 몇 년 안에 낙후되지 않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최근 한두 달 동안 있었던 다른 움직임들과의 연관성 또한 감지되고 있다.
이에 이번 기획기사를 찬찬히 다시 리뷰해보며 이 기사가 여론에 미칠 영향이 어떤 것일지 조망하고 최근 일련의 보건복지정책의 움직임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한국인 샴쌍동이 분리수술을 싱가폴에서 하기로 결정된 후 많은 언론은 싱가폴로 날아가 취재경쟁을 벌였다. 이때 한국 의료계 일각에서는 우리의 기술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왜 굳이 의료선진국인 미국도 아닌 동남아시아 싱가폴의 들어보지도 못한 작은 병원에 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있었다. 그런데 성공적인 수술이 끝난 후 이 병원의 심오한 홍보전략이 드러나면서 우리는 다시 한번 그들에게서 뒷통수를 맞게 됐다.
이후 그동안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던 싱가폴의 의료정책은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되었는데, 그 결과 조선일보에서는 8월 21부터 25일까지 특별 기획기사를 싣게 된 것이다.
첫 기사는 ‘ [의료허브 싱가포르] "10년 후 외국환자 100만명 유치" '존스홉킨스'에 病棟파격지원 외국名醫오면 선뜻 면허 내 줘’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 외국으로 연 1만명이 치료를 받으러 가고, 그 비용으로 1조원이 낭비되고 있다면서 ‘정부는 자국 내 민간병원들에 대해서는 외국인 환자를 활발히 끌어올 수 있도록 자유로운 병원 투자와 마케팅을 허용하는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으로 2007년까지 외국인 환자 50만명을 유치하고, 2012년에는 100만명을 받아들여 2조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 결과 현재 동남아시아, 중국, 인도, 중동등지에서 매년 15만명이 찾아오고 있는 결실을 맺고 이를 정부가 적극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 기사는 ‘의사는 株主… 병원장은 CEO, 철저한 인센티브… 과잉진료 의사는 퇴출
샴쌍둥이 수술한 병원 1년새 수익 12배‘라는 제목으로 철저한 경영마인드로 움직이는 병원이라는 면을 부각시키며 이번 쌍동이 분리수술같은 경우도 결국 치밀한 홍보전략의 결과물로 한국이라는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비용으로 해석할 여지를 주었다.
수술한 의사에 대한 인센티브가 분명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글렌이글 병원의 외과의사는 간(肝) 이식술을 한 번 성공시킬 때마다 5만~10만 싱가포르달러(약 7000만원)의 ꡐ인센티브ꡑ를 받는다. 한 해 100여건의 간 이식 수술을 성공시키는 세계적 대가(大家)인 한국의 서울아산병원 외과 이승규 교수의 월급이 세금 빼고 850만원‘임을 비교하였다. 그리고 과잉진료를 막고 적정진료를 위해 진료기록을 모두 공개하고 내부 감사를 받게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세번째 기사는 ‘환자가 아니라 고객, 의사가 진료실 입구서 환자 안내’라는 제목하에 ‘환자75% 국․공립병원서 정부 지원받고 치료, 돈 있는 사람은 자비로 비싼 민간병원 이용’이라는 부제목을 뽑았다.
의료저축이라 번역 가능한 독특한 보험제도인 메디세이브에 대한 설명을 하며 75%를 공공의료기관에서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통제를 분명히 하면서 민간의료기관의 경우는 최대한 경쟁체제로 가져가 외국의 환자를 유치하도록 유도하는 싱가폴의 정부정책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8월 25일 기자수첩을 통해 기획기사를 썼던 김철중 의학전문기자가 ‘'의료强國'의 조건’이라는 제목으로 3면에 ‘싱가포르가 아시아의 ꡐ의료 허브ꡑ로 도약할 수 있었던 밑바닥에는 철저한 동기부여와 고도의 직업윤리라는 양 날개가 있었다’는 취재후기를 밝혔다.
이번 일련의 기획기사를 통해 독자들은 무엇을 느낄 수 있었을까? 의사들은 싱가폴의 적극적 국가 정책이 부럽고, 과감한 인센티브제도가 눈에 들어왔을 것이며, 빠른 속도로 산업화 하고 있는 민간병원의 발전 속도에 놀라왔을 것이다.
일반 독자들의 경우는 어땠을까? 기사를 찬찬히 잘 읽어보는 사람은 20%도 안 될 것이라는 가정하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삶과 밀접한 연관이 없는 경우 제목만 훑어보고 넘어가게 된다. 아쉽게도 제목만 읽어보는 경우에는 또 한번 한국의 열악한 ‘3시간 대기, 3분 진료’의 환자로서의 환경만 눈에 들어올 것이다
그들의 눈에는 ‘환자가 아니라 고객이며 의사가 진료실 입구에서 환자를 안내’한다는 것만 눈에 들어오면 ‘왜 우리는 그러지 않지?’라는 생각부터 하지 않을까? 자신이 내는 본인부담금이 얼마인지, 그 가격을 내면서 조선호텔이나 신라호텔에서 받는 서비스를 기대하는 것이 비현실적인지에 대한 생각은 하지 못한 채, 점차 높아지는 본인부담금, 건강보험금 부담등과 이에 비례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의료서비스때문에 한국도 이렇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보다는 ‘기회가 되면 싱가폴에 가야겠구나’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고 ‘역시 한국은 안 되’라는 선입관을 갖게 될지 모른다는 기우를 하게 된다.
그리고 이 기사가 이번에 터진 시점의 절묘함을 주목한다. 7월의 화두는 복지부가 내놓은 인천 송도 경제특구의 외국인 병원의 진출허용문제다. 이는 예상보다 빨리 진행될 수 있는데 그 선결조건으로 외국병원이 내놓은 것은 ‘영리법인의 허용’, ‘외국인 의사의 한국내 내국인 진료 허용’이다. 정부측에서는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국부유출을 막자는 취지도 있고, 동북아 의료허브라는 거대한 청사진을 그리나 의료민주주의와 공공성을 강력히 주장하는 시민단체나 여론은 경제특구의 고급민간의료병원이 유치되는 것에 의료의 공공성 훼손 및 서민의 상대적 박탈감을 우려해 부정적인 시선을 두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기획기사를 통해 이와 같은 민간병원의 활성화의 당위성이 큰 호소력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싱가폴과 유사한 시스템을 위한 선결과제는 그 무엇보다 공공의료의 확충이라는 것은 분명하고 이것은 사실상 매우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더 나은 서비스에 대한 열망은 이런 거시적인 것에 대한 준비보다는 가까운 경제특구내에 편리한 외국계 민간병원의 도입을 원하는 쪽에 좀더 힘이 실릴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 면을 감안하고 이번 기획기사를 다시 읽어본다면 좀더 다른 눈으로 전체기사가 파악될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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