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췌장염의 가장 흔한 원인은 알코올이지만 최근 면역기전 이상에 의한 만성 췌장염이 국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김명환 교수는 지난 18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대한 소화기 연관 학회 심포지엄에서 지난 2년간 26례의 자가 면역성 만성 췌장염 환자를 진단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결과를 보면 자가 면역성 췌장염은 췌장암으로 오인되어 개복수술을 받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이 질환에 대한 깊은 관심과 이해가 요구되고 있다. 실제 다른 병원을 거쳐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를 찾은 환자들의 당시 진단명은 60%가 췌장이나 담도계의 악성 종양이었다. 이러한 자가 면역성 만성 췌장염의 가장 큰 특징은 스테이로이드(프레드니솔론)의 경구 복용만으로 췌장염이 완치된다는 것이다.
자가 면역성 만성 췌장염 환자는 중년 이후, 남자에서 주로 나타나며 황달, 상복부 불쾌감, 당뇨 등이 특징이다. 복부 CT상 췌장이 전반적으로 부어 있고 총담관이 눌려 있다. ERCP(역행성 담도췌관 조영술)에서는 불규칙적 협착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췌장의 조직 검사에서는 임파구 침윤 및 섬유화가 관찰된다. 혈중 면역 글로부린 G가 증가되어 있으며 자가 면역 항체가 자주 검출된다. 또한 쇼그렌 증후군, 궤양성 대장염, 원발성 경화성 담도염 등의 다른 자가 면역 질환이 동반되기도 한다.
흔히 췌장암이나 일반 급성 또는 만성 췌장염으로 오인되는 수가 많아 주의를 요하며, 질환의 정확한 진단은 불필요한 개복 수술을 피할 수 있고 경구 스테로이드만으로 만성 췌장염을 완치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임상의에게 매우 중요한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자가 면역성 만성 췌장염 진단을 놓치지 않으려면 임상적으로 췌장암이나 담도암이 의심되는데, 복부 초음파 검사나 CT에서는 췌장이 전체적으로 부어 있을 때 한번쯤은 자가 면역성 만성 췌장염을 의심해 보아야 하며, 이때 ERCP(역행성 담도췌관 조영술)를 촬영하여 찌글찌글(불규칙적 협착)한 주췌관 영상을 보일 때는 더욱 그 가능성을 생각하고 혈중 면역 글로부린이나 자가 항체 검사를 의뢰해야 하며 아울러 스테로이드 투여도 고려해야 한다.
자가 면역성 만성 췌장염은 주로 일본에서만 보고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아직 증례 보고가 없는 실정이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 내과 김명환 교수가 약 2년만에 26명의 자가 면역성 만성 췌장염 증례를 발견함으로써 커다란 임상 성과를 거두었고, 이러한 연구 성적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논문이 미국 소화기 학회 공식 잡지인 ‘American Journal of Gastroenterology’ 7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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