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술 몇 례를 했느냐보다 중요한 건 환자 안전과 효과다.”
경희의료원 감마나이프센터장인 임영진(신경외과) 교수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감마나이프 시술 2천례를 돌파하고 최근 뒤늦게 이를 기념하는 국제심포지엄을 열었다.
그는 7일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시술건수는 시간이 지나면 채워지는 거라서 기념행사를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주변에서 하도 성화를 부려 조촐하게 심포지엄을 열었다”고 말했다.
경희의료원이 감마나이프 첫 시술을 한 것은 1992년. 물론 국내에서 감마나이프 장비를 처음 도입한 것은 이보다 2년 빠른 서울아산병원으로, 이는 아시아 최초이기도 하다.
하지만 임 교수가 18년간 감마나이프 시술 2천례를 쌓아올리기까지 긴 여정을 찬찬히 돌아보면 고가장비가 범람하고, 치열한 환자 유치 경쟁을 펴는 현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경희의료원은 1991년 말 감마나이프를 도입했고, 임 교수는 2002년 3월 첫 시술을 했다.
그러다가 임 교수는 2년이 지난 2004년 돌연 스웨던 카롤린스카병원으로 연수를 떠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임 교수는 “그 당시 전세계적으로 감마나이프가 스웨던 카롤린스카병원에 유일하게 있을 정도로 희귀하다보니 장비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고, 겨우 2주 트레이닝을 받고 시술해보니 사실 걱정도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수술은 하고 나면 잘됐는지 여부가 금방 판가름 나지만 감마나이프는 2~3년 기다려봐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시술했는지, 적응증이 맞는지 알 수가 없었다”면서 “그래서 장기 연수를 가기로 결단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임 교수가 돌연 연수를 떠나겠다고 하자 경희의료원도 난감했다. 당시 400만불이라는 거금을 들여 장비를 들여왔는데 임 교수가 연수를 가버리면 감마나이프를 놀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카롤린스카병원도 처음에는 연수를 받아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자 임 교수는 미국과 유럽학회를 쫒아다니며 카롤린스카병원 감마나이프센터 센터장을 만나 사정을 했고, 결국 허락을 받아냈다.
그는 “1년 2개월 동안 카롤린스카병원에서 연수를 하면서 20년간의 장기 추적검사 결과를 파악하고, 치료 노하우, 치료특성, 지연효과 등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가 카롤린스카병원의 장기추적검사 결과를 분석하고, 치료법을 전수받은 결과는 치료성적에서 고스란히 나타난다.
경희 감마나이프센터의 수술통계를 보면 양성뇌종양이 50.8%, 뇌혈관기형이 27.2%, 악성뇌종양이 19.1%, 기능성뇌질환이 2.9%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전세계 감마나이프통계(Leksell Society)를 보면 양성뇌종양수술이 35%, 뇌혈관기형이 14%, 악성뇌종양이 42%, 기능성뇌질환이 9%다.
경희 감마나이프센터에서 양성뇌종양과 뇌혈관기형 시술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감마나이프시술이 질적으로 높은 질병군에서 행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 교수는 연수 이후 국내 유수 대학병원이 감마나이프를 도입할 때 그 간의 경험과 술기를 전수해 줬고, 이는 의료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
그는 감마나이프 시술을 한 후 추적검사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 그는 이를 A/S라고 부르는데 추적검사율이 무려 88%에 달한다. 임 교수로부터 감마나이프 시술을 받고 10년 이상 장기 내원하는 환자만도 24%일 정도다.
또 임 교수는 감마나이프시술을 하기로 결정하면 환자에게 장시간 치료법과 치료 이후 관리 등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환자가 시술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느냐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경희 감마나이스센터의 명성은 다른 병원에서 전원하는 환자 비율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최근 몇 년전부터 감마나이프를 도입한 대학병원들이 크게 증가했지만 경희 감마나이프센터 환자 중 타 병원에서 의뢰한 비율은 50%에 육박한다.
그러나 임 교수는 이들 환자 중 50% 정도만 감마나이프 시술을 하고, 나머지는 돌려보낸다.
그는 “감마나이프가 획기적인 시술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적응증이 맞지 않는데 무리하게 시술하면 반드시 추가 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신경외과 영역에서 감마나이프는 너무나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확신한다”면서 “그렇다고 아무나 이 시술을 해선 안되고, 무엇보다 정확하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그는 “100% 완치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면서 “치료에 실패하면 다시 하면 되지만 감마나이프시술은 합병증이 생기면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서 저선량방사선수술을 많이 해야 한다”고 환기시켰다.
장비가 좋다고 다 해결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임 교수는 “1천, 2천 케이스를 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환자와 더 좋은 치료를 위해 이보다 중요한 것은 수술 결과를 공개하고, 합동연구를 통해 의료를 발전시키는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마지막 정열을 쏟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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