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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원외처방 냈다고 범법자 취급…싸울 것"

이창진
발행날짜: 2010-10-04 06:50:40

재활의학과 개원의 이준욱씨…"의사 판단 존중돼야"

[기획]불법과 합법 경계면 입원환자 원외처방

2000년 의약분업 시행 후 입원환자는 원내조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의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원외처방전 발행이 허용되고 있다. 하지만 ‘불가피한 경우’라는 모호한 규정으로 원외처방 청구시 삭감의 위험성이 내재되어 있는 상황이다. 의원급에서 대학병원까지 10년간 지속된 이같은 딜레마는 결국 한 개원의의 소송으로 이어진 상태이다. 입원환자 원외처방 규정이 지닌 양면성과 올바른 개선방향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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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사 자존심 걸고 외로운 소송
<2>삭감 위험 입원 원외처방 증가
<3>누구를 위한 심사기준 인가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새봄재활의학과의원 이준욱 원장(사진, 한양의대 96년졸)은 2년전 행정처분 통지서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답답하다.

새봄재활의학과(전 유피아재활의학과)는 2008년 9월 복지부의 전문재활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현지조사에서 진찰료와 약제비를 포함한 과징금 530만원 및 업무정지 10일 처분을 받았다.

행정처분 이유는 입원환자에게 부당하게 원외처방전을 발행했다는 것이다.

현행 ‘건강보험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제5호 제1항 별표 1)에는 ‘요양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요양급여에 필요한 약제·치료재료를 직접 구입해 가입자 등에 지급해야 한다’며 입원환자의 원내 조제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는 2001년 유권해석을 통해 “요양기관이 불가피하게 입원환자 원외처방하는 경우에는 이를 청구명세서 상에 명기하여 심사시 이를 고려해 심사·조정하도록 한다”고 허용했다.

이준욱 원장은 “병상을 지닌 의원급에서 수 만개의 모든 약제를 구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환자가 기존에 복용한 약을 원해 어쩔 수 없이 원외처방을 한 것이 위법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언급했다.

이어 “현지조사 당시 심평원 직원도 심해야 ‘경고’ 정도로 별 문제되지 않으니 직인만 찍어달라고 했는데 행정처분 통지서를 받고 나니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고 허탈감을 표했다.

이 원장은 행정처분이 부당하다며 지난해 9월 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과징금부과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올해 4월 법원은 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의 판결 요지는 간단하다.

피고가 요양급여청구 조사대상기간(2008년 2~7월) 동안 입원환자에 대한 처방 중 원내조제건수가 110건, 원외처방건수가 54건인 점은 예외적으로 원외처방을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복지부의 행정처분은 건강보험 재정의 건실화를 도모하고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요양급여비용을 엄격하게 통제, 관리할 공익적 필요성에 부합된다는 점이다.

“원외처방으로 의사가 취하는 이득 뭐가 있나”

이준욱 원장은 “54건의 원외처방을 한 명의 환자에게 한 것도 아닌데 예외적으로 보기 힘들다는 판결은 납득할 수 없다”면서 “더욱이 입원환자 원외처방전 발행이 건보재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법원의 논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입원환자 원외처방 처분이 건보재정 공익성에 부합된다고 판결한 서울행정법원 판결문.
이 원장은 “원외처방으로 의사가 취하는 이득이 뭐가 있느냐”고 언급하고 “약이 없어 입원환자가 타 병원에서 진료받을 경우 이동시 어려움은 고사하고 진찰료를 추가로 부담하는 것은 건보재정에 도움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준욱 원장은 항소한 상태로 현재 2심 심의를 준비 중에 있다.

이 원장은 “동료의사들은 ‘나도 입원환자 원외처방을 하는데 재수없게 걸린 것 같다’고 위로하고 있지만 불안감을 안고 있다”고 말하고 "1년간의 소송 과정을 거치면서 의사로 살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준욱 원장은 끝으로 “불가피한 경우에 입원환자 원외처방전을 발행할 수 있다고 해놓고 범법자로 몰고가는 것은 의사의 자존심을 무시한 행위”라면서 “의사의 판단이 존중될 수 있도록 힘든 싸움이나 끝까지 소송에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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