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가 오링테스트와 진맥 등으로 환자를 진단했더라도 이를 토대로 의약품을 판매한 것이 아니라면 의료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확정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진단한 결과를 환자에게 말하지 않은 만큼 이를 의료행위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 3부는 최근 환자에게 오링테스트와 진맥을 하며 일반약을 팔다가 약사법 및 의료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약사와 검사가 1, 2심 판결의 부당함을 물어 제기한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20일 판결문에 따르면 약사 A씨는 일반의약품인 한약제재를 판매하면서 환자에게 오링테스트를 실시하고 눈을 열어보거나 진맥을 해오다가 의료법과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1, 2심 재판부는 진단에 의해 일반약을 판매한 것은 분명한 약사법 위반이지만 의료법을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약사와 검찰은 서로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법리 조항의 적용을 놓고 대법원에 판단을 요구한 것.
대법원은 "약국에 방문한 손님에게 오링테스트를 이용해 환자의 체질을 확인하고 진맥을 한 행위는 복양지도의 한계를 넘어선 진단행위"라며 "따라서 이에 대해 약사법 위반으로 유죄로 선고한 1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대법원도 1, 2심 법원과 같은 의견을 내놨다. 이같은 진단이 의료행위에 들어간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의료행위라는 것은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시술을 행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여기서 진찰이라는 것은 문진과 청진, 촉진 등을 통해 환자의 병명을 규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병명을 규명해 처방, 투약을 했다는 근거가 없다면 이를 의료행위로 보기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약사가 육안으로 증상을 확인하는 정도를 넘어 진단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지만 환자에게 병명을 밝힌 것은 없다"며 "또한 그 결과를 토대로 의약품을 조제, 판매하지도 않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따라서 이러한 행위가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결은 정당하다"며 "이에 따라 약사와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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