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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1급 응급구조사 모든 업무 가능해지나

간호사, 기도삽관까지 허용? 119법 두고 응급구조사 '발칵'

발행날짜: 2024-05-22 11:57:21

응급구조사 모든 업무 간호사에 허용…응급구조사 존폐위기
의료법 상충에 절차적 문제도 지적 "복지부, 구조사 포기하나"

119 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시행령에 간호사에게 1급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를 100% 허용하는 내용이 담기면서, 응급구조사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간호사에게 1급 응급구조사의 업무 범위를 100% 허용하는 119 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시행령이 국무회의 통과를 목전에 두고 있다.

119 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시행령에 간호사에게 1급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를 100% 허용하는 내용이 담기면서, 응급구조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시행된 119 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구급대원의 업무 범위를 소방청장이 직접 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해당 시행령 개정안에 구급대원으로 활동하는 간호사에게 1급 응급구조사의 업무 범위를 100% 허용하는 내용을 담긴 것.

이를 통해 간호사가 수행할 수 있는 대표적인 1급 응급구조사의 업무는 심정지 환자에게 수행하는 기도삽관 등이다.

이에 응급구조사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는 응급구조사 직역의 의미를 없앨 뿐더러 무면허 의료행위를 금지하는 의료법 제26조와도 상충한다는 지적이다.

시행령 개정 과정에 절차적인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해당 법안 제10조 4항엔 '소방청장은 구급대원의 자격별 응급처치의 범위를 정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소방청은 이 시행령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보건복지부와 어떤 협의도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 이는 이해당사자인 대한응급구조사협회도 마찬가지다.

이에 일선 응급구조사·응급구조학과 학생들이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지난 18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참석한 국회의원들에게 호소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해당 호소문엔 이 같은 시행령 개정안의 부작용과 절차적인 문제가 담겼다. 구체적으로 1급 응급구조사는 대학교에서 3~4년간 응급처치 및 구조에 대한 교육·훈련만 받는다. 반면 간호사는 간호 및 진료의 보조에 대한 교육만 받아 역할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일반 간호사에게 아무런 추가 교육이나 인증도 없이 구급차에 탑승시켜 응급처치 및 구조 업무를 수행시키고 있다는 것. 이렇게 구급대원으로 채용돼 활동하는 간호사는 현재 3000명이 넘는 상황이다.

일선 응급구조사·응급구조학과 학생들은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119 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간호사 구급대원이 수행하는 응급처치 행위에 대한 법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한 소방청이, 뒤늦게 이를 보완하고자 해당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응급구조사들은 간호사에게 1급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를 100% 허용하는 시행령은 특정 직역에 대한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간호사에게 1급 응급구조사의 업무를 시키려면 2급 응급구조사 자격 취득 후 3년의 경력을 쌓은 후 1급 응급구조사 국가고시에 응시하게 함이 옳다는 것.

이와 관련 이들 응급구조사는 "기도삽관 등 고도의 숙련도를 요구하는 전문 응급처치다. 이런 1급 응급구조사 업무를 간호의 전문가인 간호사에게 전부 허용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파렴치한 짓"이라며 "소방청은 자신들의 행정 실수를 면하기 위한 한낱 궁여지책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간호사는 간호의 전문가고, 응급구조사는 응급처치 및 구조의 전문가이다. 간호사와 응급구조사는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며 "상하관계도 아닌 같은 의료계 종사자인 동료이다. 따라서 각 직군별 전문성을 인정하고, 서로의 영역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응급구조사회 김건남 회장 역시 "병원 전 단계인 현장 활동은 응급구조사의 영역"이라며 "현장으로 의사가 출동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하기에 현장에서 의사의 의료행위 일부를 위임받아 전문 응급처치를 수행하고 구조 및 이송을 수행하기 위해 탄생한 직군이 응급구조사"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국가에선 간호사가 구급차에 탑승하기도 하지만 이는 전문간호사 자격을 취득하거나, 응급구조사 자격 취득 후 탑승시키는 것"이라며 "추가 교육이나 인증 없이 일반 간호사에게 현장 및 구급차에서 응급구조사의 업무를 수행시키는 국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한 직군의 존폐 문제를 넘어 응급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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