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이 4일자로 '건강보험이 있어 대한민국은 행복합니다' 제하의 집단 메일을 발송했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공단은 국민의 평생건강을 지키는 지속가능한 건강보장제도를 만들기 위해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 의료비 부담을 해소함으로써 전국민의 행복을 추구한다고 공언했다.
또 공단은 "건강보험은 암과 난치성질환 등 중증질환에 대한 본인부담률을 줄여주고, 지속적으로 보장성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공단은 '한국의 낮은 보험료, 최상의 보험급여 서비스'를 부각시켰다. 한국의 보험료율이 일본 8.2%, 프랑스 13.9%, 독일 14.2%보다 크게 낮은 5.33% 수준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보험료율이 OECD 국가 중 최하위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게 자랑거리가 되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공단이 이를 마치 치적인냥 '최소 부담, 최상 진료'를 홍보하는 것은 더 볼썽사납다.
노인인구가 급속히 늘어나고, 의료이용이 급증하면서 장래 건강보험 재정이 또다시 파탄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이 때문에 복지부는 올해 영상장비 수가를 대폭 인하한 바 있고, 앞으로 진료비 지불제도를 개편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의료공급자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의료공급자의 희생만 강요할 수는 없다. 바로 '적정 부담, 적정 진료'를 정착시키야 한다. 그러려면 국민들에게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설득시켜야 한다. 이게 공단이 해야 할 역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내년도 보험료율 결정이 임박한 상황에서 '최소 부담, 최상 진료'를 홍보하는 공단의 의도가 뭔지 궁금하다. 굳이 공단이 이를 홍보하려면 이런 저가의료 환경이 조성되기까지 의료공급자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점도 국민들에게 환기시켜야 한다.
왜냐하면 최근 5년 동안 수가 인상률을 보면 의원이 5.6%다. 물가는 매년 최소 3~4%씩 오르는데 수가는 겨우 1% 올랐다. 병원 수가 역시 4년간 4.3% 인상된 게 전부다.
새가 좌와 우의 날개로 날듯이 공단은 가입자와 공급자의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공단이 '보험료율 5.33%'를 계속 치적으로 삼는다면 한쪽 날개를 잃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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