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세우기. 그것도 잘 하고 있는 병원들만.
근 2주 사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급성심근경색증, 급성기뇌졸중, 의료급여 정신과, 제왕절개분만에 대한 적정성 평가결과를 공개했다.
앞선 두가지 평가에서는 인센티브를 받는 병원 명단이 함께 공개됐다.
전반적으로 의료의 질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인센티브라는 당근을 위한 재정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0.2~0.3점 차이로 평가 등급이 나눠지고 병원간 희비가 갈렸다.
급성기뇌졸중은 상위등급 병원이 너무 많아 최우수기관으로 한번 더 등급을 나눴고 상한선은 99.8점이었다. 100점에 딱 0.2점 모자란다.
1등급, 2등급 간의 점수차는 의미가 없었다. 불필요한 경쟁 유발, 줄세우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심평원은 인센티브를 줘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등급을 나눌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작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것은 질이 좋지 않은 병원이다. 심평원 홈페이지를 방문해 검색하면 하위등급 병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발표되는 결과가 대중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언론들은 1등급, 2등급을 왔다갔다 하는 병원들만 앞다퉈 보도한다.
해마다 하위에 있는 병원들의 질적 평균점수는 높아지고 있지만 계속 하위에 머물러 있는 병원들이 분명있다.
실제 의료급여 정신과 적정성 평가에서는 2009년 5등급을 받은 68기관 중 13곳은 여전히 5등급에 머물고 있었다.
올해 처음으로 평가를 받은 110기관 중 29기관동 하위등급에 속하고 있었다.
제왕절개분만 평가에서는 상급종합병원 한 곳과 종합병원 3곳이 디스인센티브를 받았다. 개인정보보호라는 이유로 어디인지는 알 수가 없다.
금전적 인센티브, 디스인센티브라는 당근과 채찍에 더해 잘 못하고 있는 병원들을 경쟁시키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현재는 엄격한 채찍이 없다.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병원 감염관리가 잘되고 있는 프랑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프랑스는 권역을 크게 5개로 나눠 센터를 두고 병원들의 신고를 받는다. 5년 후 감염관리 감시체계에 들어오지 않는 병원을 언론을 통해 공개한다.
보고를 잘하고 좋은 평가를 받은 병원 100여개를 순위없이 그냥 공개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잘하는 병원만, 그것도 등급을 매겨 공개한다. 개선이 필요한 병원을 공개해 질을 높이기 위한 선의의 경쟁을 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심평원은 장기적으로 가치에 중점을 두고, 비용과 질을 함께 평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과감한 공개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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