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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폐업 위기 진주의료원 찾아가보니 '식물병원'

발행날짜: 2013-03-07 06:50:23

신규 입원환자 못 받고 퇴원만 "월급 반납하면서 버텼는데"

"허허벌판에 병원만 덩그러니 있는데 누가 찾아가겠나. 환자가 아니면 안 간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노인들도 갈려면 가까워야하는데 멀어서 갈 수 없다."

지난 5일, 진주역에서 진주의료원으로 가는 길에 만난 택시기사는 진주의료원에 대해 이 같이 평가했다.

기자가 병원을 찾은 것은 경상남도가 진주의료원을 폐업 조치하겠다고 발표한 지 일주일 째 되던 날이었다.

진주의료원 전경. 병원 앞에는 산책할 수 있는 공원이 조성돼 있다.
진주의료원은 택시기사의 말처럼 시내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었다. 신도시로 조성중인 지역으로, 인근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있었지만 꽤 거리가 있었고, 몇 년 후 들어설 예정이라는 혁신도시도 아직 공사 전이라 썰렁했다.

병원 정문에는 '정상 진료'라는 푯말을 써 붙였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자, 로비에 노조원 일부만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마침 병원 직원과 노조원 등 120여명이 경남도청으로 항의 방문을 간 터라 병원은 텅 비어보였다.

"병원 문을 닫는다는 발표 이후에 소문이 퍼지면서 내원환자가 급감했다. 언제 문 닫을지 몰라 신규 입원환자는 못 받고 입원 환자는 퇴원을 하니 하루가 다르게 환자가 줄고 있다."

진주의료원 총무과 배동균 팀장은 정상진료를 하고 있지만 환자가 거의 빠져나가 사실상 마비상태라고 했다.

실제로 이날 오후 내내 병원을 둘러보면서 만난 외래환자는 열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기자가 병원을 둘러보니 1~2층 외래 진료실은 환자가 없고 간호사와 의사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간혹 환자가 오면 대기시간 없이 바로 진료해주고 있었다. 진료실 앞에 마련된 넓은 환자대기실이 무색했다.

3층 수술실과 중환자실에는 직원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불이 꺼져 있었다.

5층 병동. 정돈된 병실에 환자는 없고 비어있다. 복도에도 전기불이 꺼져있다.
입원 병동인 5~6층도 텅 비어있었다. 환자 휴게실도 문이 닫혀있었고, 병실은 물론 복도까지 불이 꺼져 있었다.

1층과 연결된 응급실도 간호사 한 명만 접수창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보호자 없는 병동'을 운영하는 4층은 그나마 온기가 돌았다. 불이 켜져 있는 병실에는 간병인이 환자를 1:1로 돌보고 있었다. 간호사들도 수시로 병동을 돌면서 입원환자의 상태를 살피는 등 다른 병원과 다를 바 없어보였다.

진주의료원 부설 노인요양병원으로 운영 중인 7~8층은 입원 환자와 보호자로 북적였다. 장기입원으로 운영되는 터라 폐업 조치 발표 이후까지도 이전처럼 90% 이상의 병상가동률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듯 했다.

병동에 간호사 한명이 지키고 있는 모습
사실 경남도가 폐쇄하겠다고 발표하기 직전까지 진주의료원의 병상가동률은 80%를 유지했다. 얼마 전까지도 총 240병상 중 220명까지 입원환자를 채웠다.

지금은 텅 비어있는 5~6층 병동 안내게시판에 지난달 식단이 부착돼 있는 걸보면 불과 몇 주 전까지도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또한 복도, 병실 곳곳에 불은 꺼져 있어 썰렁했지만,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한 상태가 유지되고 있었다.

응급실 역시 불과 지난달까지만 해도 평일에는 평균 40여명, 일요일에는 80명까지 응급환자를 치료한 기록이 남아 있었다.

전체적으로 지난 2008년 새로 오픈한 신축 병원답게 내부는 쾌적하고 깔끔했다.

심지어 병원 입구 바로 앞에 1층과 2층으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 환자들의 동선을 배려한 부분은 대학병원 못지 않았다.

1층 로비에는 환자 대신 폐업 조치를 강행한 경남도청을 비판하는 내용의 피켓이 자리를 잡고 있다.
병원을 찾기 전 의료진이 낙후된 시설에서 부실하게 진료할 것이라는 기자의 예상은 정확히 빗나갔다.

병원 시설은 최신식이었으며 의사들 대부분이 30~40대로 활기차 보였다.

내과 과장은 지난해 공중보건의사를 막 마친 의료진으로 30대 중반에 불과했다.

또 몇 명 남아있지 않았지만 '보호자 없는 병동'에 입원 중인 환자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아 보였다. 병동 환자들은 간병인은 물론 간호사들과 대화를 주고받았다.

한 간병인은 "여러 병원을 다녀봤지만 환경적으로 좋은 조건이다. 시설도 잘 돼있고, 1일 24시간 3교대로 간병을 할 수 있어서 환자도 좋고, 우리도 좋은데 당장 문을 닫으면 어쩌나 걱정"이라고 말했다.

진주의료원이 어쩌다 이 지경이 이르렀을까.

사실 진주의료원은 지난해까지도 '보호자 없는 병동(연 9171명)' '장애인전문치과(연 460명)' '장애인전문 산부인과(연 11명)' '만성질환관리(검진 40회, 2861명)' '지역사회 거동불편 독거노인 무료방문 진료(연 336명)' '지역아동센터 지원사업(방문진료 35회, 372명)' '인공관절 무료시술(32건)' '취약계층 무료진료 및 검진(8회, 257명)' '지역사회 보건교육(23회 1197명)' '전립선비대증 검진 및 수술비지원(검진 35명, 수술1명)' '행려환자 등 지역사회 의료지원(36회, 3144건)' 등 공공의료사업을 꾸준히 해왔다.

게다가 진주의료원 정규직원 237명, 간병인 69명, 식당 및 청소 위탁업체 종사자 36명까지 총 342명의 고용창출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직원들은 병원 경영이 악화되자 고통분담 차원에서 올해부터 매년 11명, 10명씩 20년 이상 장기근속자 31명을 명예퇴직하기로 합의했다.

심지어 2008년부터 6년간 임금동결은 물론, 올해부터 연차수당을 축소 지급하고 간부들은 2010년~2011년 미지급 연차수당의 절반을 반납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이들은 당장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에 불안해하고 있다. 환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경남도 본회의에서 홍준표 도지사가 나오자 직원들이 컴퓨터 앞에 모여 모니터를 주시했다.
로비에서 한 입원환자는 의료진에게 "선생님, 병원이 문 닫는다고 하던데 어떻게 된 겁니까?"라며 묻자 의료진은 힘 없이 "잘 되겠지요"라며 답했다.

이날 오후, 경남도의회 본회의에서 도의원들이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업조치와 관련해 비판하는 모습이 생중계 되자 로비에 설치된 컴퓨터 앞으로 직원들이 모여들었다.

본회의에서 홍준표 도지사가 "내 판단에는 더 이상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해서…"라고 답하자 이를 지켜보던 직원들은 "그런 당신 생각이지…"라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직원들은 경남도 측에 상당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한 간호직원은 "지난해 3명이 나가고 내과 전문의 1명 남았는데 도에서 자꾸 나가라고 압박을 넣고 있어 걱정이다. 아직도 하루에 70~80명씩 외래환자를 진료하고 있는데 나가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만수 관리과장은 의료진뿐만 아니라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보호자 없는 병동' 사업도 다른 병원에 맡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 의료진은 "공공병원으로서 우리의 역할이 있는데…우리 병원에 있는 환자 중에는 민간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찾아온 환자도 있는데 안타깝다"면서 "병원 시설도 의료장비도 사용한지 얼마 안됐는데 아깝다"고 씁쓸해 했다.

그는 이어 "어떻게 폐업 발표 당일까지 의료진들 전혀 모르고 있을 수 있는지 놀랐다"면서 "일단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내과 외래 진료실 앞. 환자대기실에는 텅 비어있고, 막 도착한 환자가 진료를 받으려고 하고 있다.
하루 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직원들이 생각하는 진주의료원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의외로 이날 만난 직원들은 이 병원의 문제점에 대해 나름의 분석과 대안을 생각하고 있었다.

먼저 직원 상당수는 "주변에서 진주의료원을 가만히 내버려두면 지금 이 상태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2009년 경남도청에서 잇따라 감사를 실시하고 진료과장 등 핵심 의료진과 임원을 징계하는 일만 없었어도, 또한 병원 이전에 따른 공사비용만 지원해줬어도 현재의 적자상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진주의료원은 지난 2008년, 병원 이전 이후 적자상태였지만, 이후 직원들이 희생을 감수하며 힘을 모은 결과 2009년 200억원의 수익과 내원환자 5만명을 돌파하는 등 저력을 발휘한 바 있다.

지난 5일 노조원들은 병원 1층 로비에서 농성을 벌인 지 7일째 접어들었다.
또한 일부 직원들은 의료진의 이탈현상도 외래환자 감소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진주의료원에서 5년 째 근무 중인 한 직원은 "인근 병원에서 지속적으로 의료진을 스카웃해가니 의료진 이탈현상이 심하다. 새로운 의사가 와서 적응하는데 3개월이 걸리는데 일을 좀 할만 하면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병원으로 옮겨가니 외래환자가 감소하는 건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진주의료원의 병상가동률은 80%로 입원환자는 매년 10만명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반면 외래환자는 2009년 13만명에서 2010년 11만명, 2012년 9만여명으로 급감하고 있는 추세다.

그는 "솔직히 의사 입장에선 근무시간도 줄여주고, 연구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하면 누가 거부하겠느냐"면서 "그나마 공공의료에 대한 소신을 갖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의료진이 남아있는 셈인데 문을 닫는다고 하니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오후 4시 반쯤 경남도청에 항의방문을 갔던 직원들이 돌아오면서 병원은 잠시 활기를 되찾는 듯 했지만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자 다시 조용해졌다.

농성 7일째인 노조원만이 병원 로비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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