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보장성 강화 항목이 추가되지만 보장률은 60% 초반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는 '4대 중증질환'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정책을 추진중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해결책으로 전문가들은 지방의료를 육성하고, 환자의 권리를 높여야 한다는 답안을 내놨다.
보장성 강화라는 영원한 화두를 학계가 아닌 정부가 직접 들여다보려고 한다는데서 의미를 찾기도 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16일 본원 대회의실에서 '보장성 강화에 따른 영향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듣기위해 진행하고 있는 토론회 중 4번째다.
토론자로 나선 서울대 김진현 교수는 환자 쏠림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에 자원을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다양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이뤄졌을 때 결과적으로 보면 동네의원은 위축되고, 대형병원에 유리한 정책이 많았던 것 같다"며 "지역에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하면 의료수준을 상향 평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화순대전남병원을 예로 들었다. KTX 개통 후 암환자가 수도권으로 몰렸는데 예외지역이 광주라는 것이다. 전남대병원이 화순에 암을 특화한 병원을 개원하면서 광주전남지역 암환자는 서울보다는 화순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도시는 상급종병과 의원 중심으로 의료기관이 편재돼 있기 때문에 1, 3차 중심으로 가고 중소도시는 2차병원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특히 환자, 즉 '의료소비자'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권용진 서울북부병원장은 "현재는 소비자들이 너무나 다양한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에 있기 때문에 소비자 선택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급체계 개편은 상급종병, 종합병원 같은 종별 규제가 아닌 서비스 규제로 가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박용덕 사무국장도 "의료전달체계를 거치는 것이 환자에게 이익이라는 경험이 작동되고 있지 않다. 중복검사, 진료의뢰효과가 환자에게 체감될 수 있어야 의료전달체계 효과를 볼 것"이라고 못 박았다.
박 국장도 예를 들어 설명했다. 시골에서 MRI를 찍고 진료의뢰서를 받아 큰 병원에 왔다. 그럼 큰병원은 다시 MRI를 찍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 환자들이 의료전달체계의 이익을 실질적으로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역시 환자들이 빅5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야기하며 환자 알권리를 주문했다.
그는 "사실 빅5 병원과 다른 병원들의 서비스는 직접 가보면 차이가 느껴질 정도다. 환자에게 제공되는 정보가 빅5 병원에서 제공하는 정보 중심으로 편향, 왜곡 돼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환자 알권리를 대폭 신장해야 한다. 환자 눈높이에 맞춘 병원의 의사 정보를 환자에게 주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병원협회 이왕준 정책이사 또한 소비자에게 더 많은 권한과 무게중심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 패러다임이 소비자 중심, 환자 중심으로 바뀌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가 직접 나서서 보장성 강화에 대한 정책적 의지를 표현하고 있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고려대 윤석준 교수는 "보건의료문제에 대해 이 분야를 전공하는 사람, 종사하는 사람은 늘 관심 있겠지만 정책 의지가 있는 집단이 나서서 들여다 보기 시작한 적은 별로 없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선거 전후 시점 1년 정도가 이 문제를 같이 들여다보면서 정책화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라며 "어떤 형태로든 합의를 이뤄가며 일부라도 풀 수 있는 문제를 올해 안에 던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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