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부원장은 최근 수가계약 관련 한 토론회에서 "부대조건은 실효성도 없고 아무 필요도 없다"고 못 박았다.
공단은 "협상은 상호교환과 타협의 과정이다. 수치만 갖고 하는 것은 협상이 아니다"고 반박한다.
전문가들은 협상을 위해 부대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지만 지금처럼 남발해서는 안되며, 실효성 있는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동연구 부대조건 '남발'…정책 연관 조건도 등장
수가협상에서 부대합의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2005년. 내용은 '유형별 수가계약제'다. 유형별 불공정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일찌감치 정해진 유형별 수가계약제는 공급자의 반대 등으로 미뤄지다가 2008년도 수가계약에서부터 적용됐다.
이후 등장한 부대조건 중 가장 많은 것은 공급자 단체와 공단이 함께 환산지수 관련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것이다.
대한약사회는 2009~2012년 4년 연속 환산지수 공동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도 마찬가지다. 의원과 병원에는 회계자료 협조가 단골로 등장했다.
연구를 같이 진행하면서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실효성이 전혀 없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공동연구를 통해 정책으로 반영되거나 건강보험재정 절감을 위해 기여를 한 부분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단지 수가협상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눈에 띄는 부대합의사항들은 ▲2009년 병원과 의원의 약제비 절감 ▲2011년 병원의 포괄수가제(DRG) 정책 협조 등이다.
서울대 김진현 교수와 가입자 단체 관계자들은 2009년 병의원의 약제비 절감 부대조건만 재정관리에 일부 효과 있었다고 평가했다.
당시 병의원은 1년 동안 약제비를 4000억원 절감하겠다고 약속하고 병원은 1.4%, 의원은 3%의 수가를 받았다. 목표 달성 여부를 다음년도 수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병의원은 약제비 절감 노력을 했지만 결국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병협과 의협은 공단과 패널티 여부를 두고 합의를 못하고 끝내 사상 처음 두 단체가 함께 수가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도 가입자단체와 두 단체는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다른 부대조건을 더하면서 패널티를 면했다.
김진현 교수는 "약제비 절감 부대조건은 건보재정 절감에 일부 효과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외에 공단은 재정지출관리도 못하고 구속력 없는 부대조건만 남발했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 김선희 정책국장도 "그동안 다양한 부대조건이 제시되고, 실제 계약 내용의 일부로 성사돼 왔지만 적절성에 대해서는 한번도 평가를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부대조건이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어 공단의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과 연계해 합의된 2011년 병원의 DRG 정책 협조는 의사들의 반발을 샀다.
대체조제 20배 확대는 의료계 반대가 극심해 합의점을 먼저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단과 약사회가 부대조건으로 밀어부쳤다.
학계 "실행가능성 있어야"…부대조건 범위는 '이견'
학자들은 부대조건을 남발해서는 안되고, 실행 가능성이 있어야 하며, 이행여부에 대한 사후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부대조건의 범위를 건보재정 절감차원에서 정해야 할지, 정책적인 부분과도 연계를 시켜야 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을 조금씩 달리했다.
김진현 교수는 "직접적으로 가격과 양을 관리할 수 있는 안을 내놔야 하는데 정책개선책을 자꾸 내놓으면 뭐하냐"고 반문하며 "건보 재정관리가 잘 되면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제로 공단은 지난해 수가협상에서 성분명처방 등을 제시했다가 공급자단체의 반대로 철회하기도 했다. 총액계약제 도입은 수가협상 부대조건으로 해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연세대 정형선 교수도 "공단이 부대조건을 너무 남발하는 측면이 있다"고 인정하면서 "부대조건은 일방적으로 정하면 안된다. 사후적으로 이행여부 확인가능한 것으로 협의를 통해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수가는 환산지수 뿐만 아니라 정책과도 관계되는 등 다양한 면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재정관리라는 단순한 목적이 아니고 제도개선과도 당연히 연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도와 연결하되 단계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정책과 부대조건이 연계되는 것은 맞지만 합리적인 환산지수 계약방식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예를 들어 한번에 총액계약제를 도입하라고 하면 공급자 단체에서는 당연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년도 진료비 총량을 반반 책임지는 구조라든지, 책임을 한쪽이 떠안는 게 아니라 서로 분담을 통해 단계적으로 공감대를 형성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공단 수가협상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
본보는 지난 5.20~5.22 기간 중 '수가협상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하의 3편의 기획 기사에서, 건강보험공단의 협상 근거자료 미공개, 근거 없는 협상 가이드라인, '13년 수가인상률 순위 오류, 의협과 협상에서 부대조건으로 총액계약제, 성분명 처방 시행 강요, 건정심에서 공단과 수가협상이 결렬된 단체에 대해서 항상 페널티 적용 및 공단의 행태를 남양유업보다 더한 갑을 관계에 비유한 내용 등을 게재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위 보도는 수가협상의 당사자인 공급자단체 측의 표현을 인용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정확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본보는 건강보험공단 측으로부터 다음 사항을 확인하였기에 아래와 같이 정정보도합니다.
확인한 바에 의하면 매년 수가협상은 외부 수가전문가의 연구용역 결과와 재정상황, 급여비 변화 및 보장성 확대 등을 고려하여 공단 재정운영위원회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단이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협상이 끝난 후 연구결과를 공급자 측에 공개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수가협상 결렬 단체의 경우도 총 9회 중 단 1회만 페널티를 적용해 공단 결렬수치보다 낮게 건정심에서 결정했고 오히려 높은 수치를 받은 사례가 다수였던 것으로 확인하였습니다.
한편, 공단은 "부대합의는 기본조정률 이외 상호 공감대 하에 자율적으로 협의하는 사항일 뿐이라며 공단이 '총액계약제'나 '성분명처방' 시행을 수가인상률과 결부하여 요구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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