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악화로 비상경영을 선포한 서울대병원이 노조와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대병원노조 등 보건의료단체는 17일 오전 서울대병원 시계탑 앞에서 비상경영 철회 및 경영정상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병원 측을 강하게 압박했다.
앞서 지난해 480억원에 이어 올해 말 6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며 비상경영을 선포한 오병희 서울대병원장은 노조와의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난감한 표정이다.
서울대병원 노조 등 보건의료단체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경영 철회를 촉구했다.
이날 노조는 "적정 진료의 모델을 제시해야 할 서울대병원이 비용을 절감하고 매출액 늘리기에 나서면서 환자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실장이 공개한 서울대병원의 비용절감 사례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서울대병원이 비상경영의 일환으로 10% 비용절감에 나서면서 저질 치료재료가 도입되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는 간호사들의 증언을 토대로 주사기가 저질로 바뀌면서 채혈이나 약물 주입에 문제가 생기고, 수액세트 바늘의 연결부위가 헐거워지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환자 기도에서 가래 등을 제거하는 흡인 카테터가 값싼 의료기기로 바뀌면서(330원→295원) 카테터 끝부분에 잔여물이 붙어있는 채로 공급되기도 한다고 했다.
심지어 수액약을 조절하는 레귤레이터가 바뀌면서 항암제가 새는 일도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서울대병원 직원에 따르면 검사파트에서는 검사실적을 5% 올리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고 했다.
병원 측이 지난 8월 비상경영 실무대책을 작성해 일선 간호사, 의사 등 병원 직원들에게 교육하고 부서장들을 통해 직원에게 지시했다는 것이다.
또 환자의 검사를 담당하는 직원들에게 매주 검사건수를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그는 "만약 이것이 사실일 경우 서울대병원의 비상경영체제는 기업이 매출액을 늘리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라면서 "과잉진료는 물론 환자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정진호 기획조정실장은 "노조가 주장하는 비용절감 일환으로 치료재료의 질이 저하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검사건수를 올리라고 지시하고, 저질 치료재료를 구입하는 등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노조 측의 근거없는 주장에 불과하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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