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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재진료 상관없이 환자만을 위한 진료를 하고 싶다"

발행날짜: 2014-12-09 05:55:37

재진료 착오청구로 수백건 삭감 당하는 내과 의사의 실제 고백

초진료와 재진료를 놓고 의료현장에서는 환자들과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90일 만에 의원을 찾은 환자 입장에서는 분명히 '재진'이다. 그러나 초재진료 산정기준에 따르면 투약 종료 후 90일 이후에 환자가 내원하면 '초진'으로 처리된다.

또 만성질환자는 다른 질환으로 병원을 찾아도 급여기준 상 '재진'이다. 동네의원에서는 이를 '초진'으로 청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의료계는 복잡한 초재진료 산정기준에 따른 문제라며 교과서적인 진료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메디칼타임즈>는 서울의 한 내과의원 원장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실제 사례를 재구성해봤다.

# "왜 진찰료가 더 나온 거야? 다른 데 보다 더 비싸잖아. 돈 더 받을려고 하는 거 아냐?"

평소보다 더 나온 진찰료를 문제 삼는 환자의 목소리가 진료실까지 울려퍼진다. 한두번 겪는 상황이 아니지만 신경이 쓰이기는 마찬가지다. 오늘따라 환자의 목소리가 상당히 날카롭다.

"환자 분이 처음 저희 병원을 찾은 지 3개월이 지나서 초진 환자로 계산되기 때문에 더 내셔야 해요."

애써 부드럽게 설명하는 간호사의 목소리가 환자의 고함에 묻힌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이 환자는 고혈압으로 우리 의원을 왔다가 발길을 끊었다. 3개월 후 그는 다시 감기로 의원을 찾았다.

현재 초재진료 산정기준에 따르면 투약 종료 후 90일 이후에 환자가 내원하면 '초진'으로 처리된다.

사실 환자 입장에서는 한 번이라도 와봤던 의원을 다시 찾은 만큼 진료비가 더 나온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이럴 땐 차라리 돈을 덜 받고 빨리 환자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허나 그마저 불가능한 상황이다.

서울 외곽 지역에서 내과 전문의 간판을 달고 개원한 지 어언 14년차.

진찰료를 두고 심심찮게 벌어지는 환자와 직원의 작은 말다툼에 한숨 먼저 나오지만 초재진료 산정기준을 착오 청구해서 받는 '삭감'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복잡한 초재진료 산정 기준이 이제는 적응될 법도 한데 꼭 한 달에 실수 아닌 실수를 몇 번씩 반복하고야 만다.

최근에도 개원 초에나 발생할 것 같은 착오 청구를 했다.

평소 우리 의원을 찾던 고혈압 환자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왔다. 분명 고혈압이 아닌 다른 증상이다. 검사 결과 요로결석이었다.

고혈압과는 상관없는 질병이기 때문에 당연히 초진 환자로 청구했다.

그런데 아뿔싸, 치료가 끝나지 않고 계속 내원하는 만성질환자는 내원 간격에 관계없이 무조건 '재진'이라는 산정기준이 떠올랐다.

분명 업무량을 따지면 초진에 넘어가는 수준임에도 만성질환과는 상관없는 질병이라도 만성질환자라는 이유 때문에 재진인 것이다. 초진과 재진 진찰료 차액인 4000원 삭감이다.

이런 식으로 삭감된 것만 해도 1년치를 모아보면 수백 건에 달한다. 조정금액은 100만원 남짓이다.

실수를 자꾸 하다 보니 진료실에 환자가 들어올 때 가장 먼저 하는 생각은 '이 환자는 초진일까, 재진일까'라는 것이다.

이 환자는 어디가 아플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앞서 이 환자가 병원을 다녀간지 얼마나 지났는지, 늘 보던 사람인지, 이대로 청구하면 삭감을 당하지는 않을까 등을 계산하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에 쓴웃음까지 난다.

재진 환자가 특히 많은 내과 의사들 사이에서는 '한번 재진은 영원한 재진'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진찰은 문진, 시진, 촉진, 타진 및 청진을 아우르는 말이다. 여기서 처음과 다시를 구분할 필요가 없다.

초진이든 재진이든 '진찰료'라는 이름으로 가격이 통일되면 환자를 앞에 두고 번거로운 계산은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대기실을 울리던 환자의 목소리는 이제 들리지 않는다. 아마 "내가 다시는 여기 오나보자"라며 불만 가득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돌렸으리라.

환자를 한명 잃었다는 아쉬움보다는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진저리가 난다. 환자의 잘못도 아닌, 의사의 잘못도 아닌 시스템의 문제는 정부가 체감하고 개선하지 않는 이상 방법이 없는 것이다.

수가 문제를 떠나서 의사는 진료에 전념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진료실에서 계산은 그만하고 진료만 하고 싶다.

다음 환자가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내 눈은 습관적으로 그 환자의 상태보다는 마지막 방문일자를 먼저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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