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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은 빠져라? 청와대, 메르스 대책회의 병협만 불렀다

발행날짜: 2015-06-04 12:00:36

보건의료 전문가 자존심에 '금'…"참석 요청 전화조차 없었다"

청와대가 소집한 메르스 관련 긴급 상황점검 회의에 대한의사협회가 배제된 것을 두고 무성한 뒷말이 오가고 있다.

특히 정부가 병협, 대한감염학회, 분당서울대병원 등이 참여한 의료 전문가 중심의 메르스 종합대응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기로 한 것과 관련, 보건의료 전문가와 공익단체를 표방한 의협으로서도 당혹스럽다는 표정이다.

박근혜 대통령 주재 메르스 대응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출처:청와대 홈페이지>
청와대는 3일 오후 대한병원회 박상근 회장, 대한감염학회 김우주 이사장, 분당서울대병원 김홍빈 감염내과 교수 등이 참석하는 가운데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를 열고 메르스 확산 방지 대책을 논의했다.

3일 청와대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회의를 주재하고 전문가 TF구성을 지시하고 메르스 환자의 치료과정과 감염경로, 진료기관 및 의사, 격리시설 상황 등 전반에 대해 점검할 것을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메르스 대응 과정에서 문제점을 점검하고 현재의 상황과 대처방안에 대해 분명히 진단한 이후에 그 내용을 국민에게 알릴 것을 당부했다.

이에 따라 병협은 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병협 직원을 파견, 실시간으로 상황파악에 나설 예정이다.

문제는 이날 의료계 참석자가 대한병원회 박상근 회장, 대한감염학회 김우주 이사장, 분당서울대병원 김홍빈 감염내과 교수 등으로 한정됐다는 점.

병협에는 '윗선'에서 직통으로 참석을 요청하는 전화가 온 반면 보건의료 전문가와 공익단체를 표방한 의협은 배제됐다.

의협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정부의 초기 대응의 부실 등 바른 말을 하다보니 아예 배제한 것이 아니겠냐"고 추측했다.

5월 31일 열린 메르스 관련 복지부 민관합동 브리핑 장면.<출처:복지부 홈페이지>
실제로 의협은 메르스의 확산 조짐과 관련 "신종감염병 발생 시 정부의 초기 대응을 비롯한 신종감염병 관리체계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지난 달 29일 의협은 "메르스 확진환자가 9명이 발생했다는 것은 정부의 초기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방증이며, 특히 의심환자가 해외로 출국하는 사태까지 발생한 것은 신종감염병 관리체계의 허점을 드러내는 등 관리체계의 총체적인 난맥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 관계자는 "복지부에도 왜 우리가 배제됐는지 물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은 듣지 못했다"며 "민관합동 대책회의라면 민간에서 의료를 대표하는 중앙단체, 즉 의협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인원 구성에 있어서 예방의학과 교수 대신 감염내과 교수가 들어간 것도 어이없다"며 "메르스 환자의 발생 이후 확산 단계에 들어선 집단감염 위기 상황에서는 예방의학과의 역할이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의협이 배제됐다는 소리에 의협의 위상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 의협 이사는 "과거 신종 플루가 확산되던 당시 의협이 주도적으로 역할을 했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개원의 단체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메르스 대책관련 회의에 의협을 배제한 것을 두고, 정부를 탓할지, 의협을 탓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추무진 의협 회장까지 나서서 신종감염병 관리체계에 대한 정부와의 공조체제를 요청했다"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의도적으로 보이콧한 것은 그만큼 의협의 위상이 땅에 떨어진 증거가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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