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라이벌 제품이 많은 제약사가 있다. 어찌보면 불운이지만 남들이 갖지 못한 뛰어난 품목들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메디칼타임즈는 연초 '라이벌은 내 운명'이라는 주제로 제약사별 경쟁 관계를 시리즈 형태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약도 몇 개 없다. 글로벌에 비해 한국 출시도 늦다. 그런데 나오기만 하면 대박 행진이다. 길리어드 사이언스 신약 얘기다.
경쟁자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이미 기존 제품은 터줏대감처럼 굳건하다. 하지만 길리어드 신약은 후발 주자임에도 '의료진 사이에서도 매니아가 있다'는 말처럼 처방액이 급증한다.
길리어드는 항바이러스제로 특화된 회사다. 한국에서는 더 그렇다. 주요 제품만 봐도 B·C형 간염 및 HIV/AIDS 치료제다. 라이벌은 BMS와 GSK로 좁혀진다. 두 회사도 항바이러스제로 유명하다.
나온 제품부터 보자. 가장 유명한, 지난해 처방액 1000억원을 넘길 것이 유력한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테노포비어)'는 수년째 부동의 처방약 1위 바라크루드(엔테카비르)' 자리를 넘보고 있다.
대규모 삭감 등 악재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실타래가 풀렸다.
특히 지난해 5월 쓰임새 확대는 의미가 크다. ▲다약제 내성에 대한 '비리어드' 단독 스위치는 물론 ▲'제픽스(라미부딘)'+'헵세라(아데포비어)' 등으로 잘 조절되는 환자도 '비리어드' 단독 스위치시 경제적 이유나 복용 편의성 등의 이득이 있으면 스위치 급여가 인정된다 등은 사실상 '비리어드'를 잡고 있던 처방 족쇄를 모두 풀어낸 셈이 됐다.
더 간단히 표현하면 '제픽스+헵세라' 병용법 대신 '비리어드' 단독을 쓰라고 길을 열어준 것이다.
HIV/AIDS 치료제 '스트리빌드(TDF 테노포비어+FTC 엠트리시타빈+EVG 엘비테그라비르+COBI 코비시스타트'도 최초 3제 단일 복합정(STR, 부스터 제외) 프리미엄을 안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스트리빌드' 백본인 트루바다(TDF+FTC) 역시 길리어드 약이라는 점에서 두 제품의 시너지 효과가 크게 나고 있다.
실제 IMS 데이터 지난해 2분기 기준 '트루바다'와 '스트리빌드' 시장점유율은 각각 38.7%, 15.9%로 무려 54.6%를 합작했다. 반면 '트루바다'와 시장을 양분하던 GSK '키벡사(ABC 아바카비어+3TC 라미부딘)'는 28%에 그쳤다.
지난해 5월 '스트리빌드'는 '비리어드'와 마찬가지로 기존 약으로 잘 관리되는(Stable) 환자에게 쓸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 경험이 없는 신규 환자에게 주로 사용됐다.
물론 '스트리빌드' 앞길에 경쟁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GSK 3제 단일복합정 '트리멕'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 약은 '키벡사(아바카비어+라미부딘)'에 '티비케이(돌루테그라비르)'를 섞었다.
'트리멕'은 '트루바다' 기반 치료법 중 하나인 '에파비렌즈+트루바다' 대비 우월성(SINGLE 3상) 입증했다. 식사와 관계없이 복용 가능하고 '스트리빌드'와 달리 부스터를 포함하지 않아 약물상호작용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다만 '에파비렌즈+트루바다' 요법에서 '에파비렌즈'는 DHHS 가이드라인에서 권고가 아닌 대체법으로 쓰이고 있다.
BMS 259만원 파격 약값…소발디·하보니 급여 출시 발목
먹는 C형간염약 '소발디(소포스부비르)'와 '하보니(소보스부비르+레디파스비르)'는 현재 허가만 받았다. 나오기만 하면 대박이 점쳐지지만 변수가 많다.
먼저 나온 먹는 DAA(Direct Acting Antivirals) BMS 닥순요법(다클린자+순베프라)이 시장 선점에 나섰기 때문이다.
작년 8월 급여 출시된 이 약은 다클란자 78억원, 순베프라 22억원으로 벌써 100억원을 달성했다. C형간염약은 완치 개념이라는 점에서 길리어드는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약값도 문제다. BMS 약이 24주 치료시 환자부담금 259만원이라는 파격 약값으로 등재가 돼 있어서다. 길리어드 가격 협상이 난항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길리어드 약이 BMS 치료제에 비해 치료 기간이 절반이고 내성 걱정없이 반응율도 좋아 비교 우위에 있다고 평가받지만 259만원 보다는 적어도 2배 이상은 높게 책정될 것이 유력하다. 정부와 길리어드 간에 줄다리기가 예고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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